사고현장 다리 위엔 검은 깃발… 한국대사관 앞서도 추모 행렬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다뉴브강의 다른 이름)’의 선율은 눈앞에 펼쳐진 참사 현장 앞에서는 온데간데 없었다. 황톳빛 흙탕물이 쉼 없이 머르기트다리 아래를 흘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지난달 29일 다뉴브강 머르기트다리 인근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건에 숙연한 모습이었다.
주말을 맞은 1일과 2일에도 사고 현장을 지나는 머르기트다리 다리 위에는 가로등 기둥마다 검은 깃발이 내걸렸다. 현장을 지나는 현지 시민들은 사고 장소를 내려다보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리 난간에는 추모의 뜻으로 가져다 놓은 초와 꽃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강변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7명의 목숨을 이미 앗았고 19명의 생사를 알지 못하게 만든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강변에 놓여진 꽃과 초 사이에는 빼뚤빼뚤 글씨로 쓰여진 한글 메시지도 있었다. 현지 한인 교포의 자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메시지에는 정성스레 그린 태극기와 함께 ‘포기하지 말고 올라와 달라’며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동양인 A씨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인접 지역 출신이면서 이 곳에 사는 사람으로 슬플 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국적과 나이 등 모든 정보를 밝히기 거부했다.
일부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기자에게 “한국에서 왔냐”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거나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기도 했다. 현지 취재 기자들도 애도 대열에 합류했다. 사고 현장이 잘 보이는 강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취재하면서도 한국 기자가 다가가자 먼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을 걸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저녁에도 현지인들과 교민들은 사고 현장과 한국 대사관을 찾아 실종자의 귀환을 빌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무는 곽소연(24)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꽃을 사 들고 현장으로 왔다”면서 “이런 비극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녁 7시에는 교민과 헝가리 시민 100여명이 한국 대사관 앞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빠른 수색을 기원했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2년째 공부하고 있다는 바이야르 기트(18)는 문화원 친구들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불편하고 슬프고 아픈 마음은 한국어가 아니라 헝가리어로도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런 일로 헝가리를 찾은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블랑카 곤도로시(21)도 “한국 친구들이 많아서 슬픈 마음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애도했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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