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80%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평등성과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함축한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해 전국의 성인 3,873명을 대상으로 사회갈등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소득격차는 너무 크다’는 의견에 매우 동의(39.7%)하거나 약간 동의(45.7%)하는 등 긍정적 답변을 한 비율이 85.4%에 달했다. 반면 ‘소득격차는 너무 크다’에 대한 매우 반대하거나 약간 반대를 표명한 비율은 합쳐서 2.7%에 불과했다. 이 조사결과는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Ⅴ)’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14.6%) 또는 약간 동의(41.0%)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소득 격차 해소와 관련한 정부 개입에 찬성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 의견은 13.6%에 그쳤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데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한 비율은 80.8%에 달했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자가 31.7%에 이르렀다. 대체로 중요하다는 경우도 49.2%로 나타났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게 인생의 성공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이를 중요하지 않거나 보통이라고 생각한 비율(19.2%)의 4배에 이른 셈이다. 또한 ‘한국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비율은 66.2%를 기록했다. ‘법의 집행이 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12.5%에 불과했다.‘일생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약간 높다는 응답은 36.6%였다. 반면 매우 낮다(15.3%)와 약간 낮다(41.2%)는 응답을 합하면 60%에 가까운 등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아진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불평등ㆍ불공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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