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압박 연장선상 행보” 관측… 공연 책임자 현송월 동행 ‘눈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ㆍ평남 일대를 현지지도했다는 소식을 북한 관영 매체가 이틀에 걸쳐 전했다. 지난달 9일 평북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시찰 장소는 군수공장에 집중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강 강계ㆍ만포시에 있는 군수공장들을 둘러봤다고 1일 보도했다. 강계트랙터종합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ㆍ8기계종합공장 등이다. 시찰 날짜를 밝히진 않았지만, 방문 장소가 여러 곳이었던 만큼 현지에서 수일 간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3일간 두문불출하던 김 위원장의 활동 재개 장소가 군수공장이란 점에서 ‘협상 셈법을 바꾸라’는 대미 압박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포탄, 탄두를 생산한다고 알려진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은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을 만큼 북한 무기 생산에 있어 핵심적인 장소다.
시찰 목적이 군수산업의 민수전환 가속화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ㆍ8기계종합공장이 재활용 자재를 생필품 생산에 투입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이는 우리 당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취한 조치이며 중요한 정책적 문제”라고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등 공장이 인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점에 비춰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기생산 및 군사문제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관심 표명 목적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군수산업의 민수화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강계시에 있는 교육현장을 찾아 간부들을 호되게 꾸짖기도 했다. 그는 ‘배움의 천릿길 학생소년궁전’의 시공은 물론, 시설 관리ㆍ운영 상태가 형편 없다고 지적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신문은 김 위원장이 평남기계종합공장을 시찰했다고도 2일 보도했다. 자강도 시찰 후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틀에 걸쳐 보도된 김 위원장의 시찰의 수행단에는 조용원(조직지도부)ㆍ유진(군수공업부)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이 포함됐다. 군수공장을 위주로 시찰한 김 위원장 국내 활동에 공연 분야 책임자인 현송월 부부장이 동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근신 중이라는 설이 돌고 있는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역할 일부를 수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 부부장은 4월 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하는 등 북한 내 여성 실세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공연을 선보였고,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에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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