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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은 초계기 갈등 덮어두고, 한중은 사드 이해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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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은 초계기 갈등 덮어두고, 한중은 사드 이해도 높였다

입력
2019.06.03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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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서 中ㆍ日과 연쇄 국방회담

中 “사드 철수가 원칙”… 논의 거부하던 이전보다 진일보

정경두(왼쪽) 국방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회담을 갖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정경두(왼쪽) 국방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회담을 갖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중국ㆍ일본 국방장관과 잇달아 양자 회담을 갖고 경색된 군사적 교류 재개의 단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갈등 봉합 양상은 미묘하게 달랐다. 일본과는 상호 입장 차를 인정한 채 덮었지만 중국과는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게 우리 국방 당국 평가다. 중일이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배경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장관 및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 격)과 연쇄 양자 회담을 가졌다.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정 장관은 “이와야 장관과 회의하면서 초계기 문제로 시작된 한일 군사협력 관계 냉전기를 앞으로 많이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며 “앞으로 (한일 군 당국 간 교류가) 많이 개선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장관과도 여러 현안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고 우호적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두 회담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고는 하지만 일본과의 갈등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양측 입장만 재확인 채 일단 안 보이게 묻어둔 셈이 됐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및 레이더 조사(照射ㆍ비추어 쏨) 갈등’으로 한일 간 군사교류는 얼어붙었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은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솔직한 이야기들이 다 있었다”며 “팩트(사실관계)에 대해 조사했던 부분에 대해 충분히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재발 방지가 중요하고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자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야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레이더 조사 사안에 대한 일본 입장은 올 1월 최종 입장 그대로”라며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일본은 저공 위협비행을 하지 않았고, 초계기가 위협 받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갈등 확산을 막기로 결론을 내긴 했지만, 당초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한 것이다.

중국과의 회담 분위기는 달랐다고 한다. 당초 갈등 요소였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중국 측은 “한국에서의 사드 철수는 중국의 기본적 원칙”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제시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에 위협적”이라며 에둘러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장관은 “사드 배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라는 점과 미국의 사드 운용 방식을 설명했다”고 했다. 이전에 한국 측의 사드 관련 설명 자체를 중국이 거부했던 것에 비하면 전향적이라는 게 군 관계자 설명이다. 한 중국 측 관계자는 “양측이 만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웨이 부장은 양국이 추진 중인 정 장관의 올 하반기 방중 성사에 기대감을 표출했고, 정 장관도 웨이 부장 방한 초청으로 화답했다.

양측이 한국과의 갈등 해소에 다른 태도를 취하는 건 중일이 처한 현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한국과 적대적 분위기를 조성해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지만, 북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는 일본은 한국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북측을 끌어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싱가포르=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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