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결승 끝으로 가장 빛났던 시즌 마무리…벤투호 합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트로피 ‘빅 이어(Big Ear)를 눈 앞에서 놓친 손흥민(27ㆍ토트넘)은 결국 울고 말았다. 리버풀(잉글랜드)과의 2018~19 UCL 결승을 앞두고 외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서 울었기에 이젠 다시 울고 싶지 않다”고 한 다짐을 끝내 지키지 못한 셈이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기적과도 같은 여정 속에서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으며, 스스로도 세계 톱 클래스 선수임을 당당히 입증한 찬란하고도 당찬 1년이었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꿈의 무대’ UCL 결승에 풀타임 출전, 후반 35분 결정적인 왼발 슛으로 상대를 흔드는 등 토트넘 공격수 가운데 단연 빛나는 활약을 펼쳤으나 한국인 최초로 결승에 출전해 빅 이어를 품는 덴 실패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누웠다. 벤치에 있던 동료 데이비스가 다가와 그를 일으키려 했지만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앉은 상태로 고개를 파묻은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 후 메달 수여식에서도 손흥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토트넘 선수단 중 맨 마지막으로 메달을 받았다. 관중석에 있던 아버지 손웅정씨를 찾아가 짙은 포옹을 나누고도 한동안 현장을 떠나지 못하며 어느 선수보다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금메달을 따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그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국내 A매치를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시즌 20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데뷔 이래 가장 빛나는 시즌을 맞았다. 비록 2016~17시즌 기록한 자신의 시즌 최다 득점(21골)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12월에만 7골을 몰아치며 최단기간 10호골을 달성했고, 생애 첫 UCL 결승 무대도 밟았다.
손흥민의 헌신 속에 이번 시즌 토트넘은 UCL에서 만화 같은 스토리를 써냈다. B조 조별리그 초반 3경기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에 연달아 진 뒤 PSV 아인트호벤과 비기는 등 1승도 거두지 못해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내몰렸던 토트넘은, 이후 기막힌 반전으로 조 2위에 올라 턱걸이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6강에서 도르트문트(독일)를 손쉽게 꺾었지만, 8강 상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4강 상대 아약스(네덜란드)를 넘는 과정은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의 진을 뺄 정도의 기적을 반복했다.
리버풀과 마지막 승부에선 아쉽게도 기적 같은 승부를 이어가진 못했으나,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성과를 남긴 시즌으로 기록된다. 손흥민 다시 국내로 돌아와 7일 호주(부산), 11일 이란(서울)을 상대로 한 A매치 2연전을 준비한다. 손흥민은 3일 오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모이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하루 늦은 4일 밤 합류해 국내 팬들과 만남을 준비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