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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시즌제 드라마, 이러다 ‘허울뿐인 영광’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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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시즌제 드라마, 이러다 ‘허울뿐인 영광’ 될라

입력
2019.06.0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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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드라마들의 각성이 필요할 때다. tvN, OCN, MBC 제공
시즌제 드라마들의 각성이 필요할 때다. tvN, OCN, MBC 제공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될까요?”

최근 드라마 종영 인터뷰의 단골 질문이다. 크게 시청률 성적이 좋지 않아도, 딱히 속편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시즌제’ 제작 여부는 모든 작품에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과거 2, 3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거나, 종영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작품들에게 일종의 ‘영광’처럼 속편에 대한 질문이 전해지곤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올해 시즌 17까지 방송된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tvN ‘막돼먹은 영애씨’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시즌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후, 국내 드라마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들이 연이어 선보여지기 시작했다.

현재 시즌제 드라마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채널인 OCN은 자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신의 퀴즈’를 비롯해 ‘보이스’ ‘구해줘’ ‘나쁜 녀석들’ ‘뱀파이어 검사’ 등 다양한 작품들을 시즌제로 선보이며 마니아 시청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tvN과 JTBC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 ‘식샤를 합시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등을 통해 꾸준히 시즌제 드라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시즌제 제작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손 the guest‘나 ’SKY캐슬‘, ’시그널‘ 등 속편 제작에 대한 시청자들의 염원이 이어지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시즌제 드라마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가 높았던 상황 속에서 채널들은 우후죽순으로 시즌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채널들은 당초 시즌제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 요구됐던 기본적인 조건들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그간 흥행했던 시즌제 드라마들에 환호했던 것은 탄탄한 작품성과 흥행력을 갖춘 전작에 대한 신뢰, 전작을 답습하는 대신 차별화를 통해 매 시즌 새롭게 전하는 재미, 혹은 ’막돼먹은 영애씨‘나 ’신의 퀴즈‘ 등 장수 시즌제 드라마 속 인물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애정 어린 관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드라마들은 단순히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며 여러 시즌에 걸쳐 작품이 사랑받기 위한 기본 조건을 되돌아보지 않고 있는 듯하다.

의미도, 명분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성급한 시즌제 결정은 결국 속편의 아쉬운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전편보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무장했지만 시즌1 이후 ’굳이 더 보여줄 것이 없었던‘ 한 드라마는 스토리의 빈약함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2 종영을 맞이했으며, 뜻밖의 속편 제작 소식으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모 드라마는 예견됐던 성적으로 조용히 두 번째 시즌의 막을 내렸다. 시청률만 아쉬우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시즌2의 실패는 배우에게도 제작진에게도 혹평이라는 생채기를 함께 남겼다. 여러모로 ’박수칠 때 떠나는 게‘ 나았을 아쉬운 선택이었던 셈이다.

무분별한 시즌제 드라마들의 탄생을 향한 우려 속 오늘도 수많은 시즌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 중이다.

오는 3일 첫 방송되는 MBC '검법남녀2'. MBC 제공
오는 3일 첫 방송되는 MBC '검법남녀2'. MBC 제공

먼저 MBC의 첫 시즌제 드라마인 ‘검법남녀2’는 오는 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7월 종영했던 ‘검법남녀’는 법의학자 백범(정재영)과 열혈 신참검사 은솔(정유미)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의 공조를 다룬 수사 장르물로, 시즌1 당시 자체 최고시청률 9.6%를 기록했던 바 있다. 전 시즌 종영 당시부터 공조수사를 채 마무리 짓지 않은 채 시즌2를 암시했던 ‘검법남녀’이기에 새 시즌에서 보여 줄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존재하나, 우려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즌1 당시 초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주인공 정유미의 연기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산재하고 있으며, 다시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10%대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던 ‘검법남녀’의 흥행력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채널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라는 사명을 갖고 출발하는 만큼, ‘검법남녀2’가 이 같은 우려를 모두 불식시키는 작품과 연기로 시즌2의 체면을 살리길 바랄 뿐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1일 첫 방송된다. tvN 제공
'아스달 연대기'는 1일 첫 방송된다. tvN 제공

그런가 하면 아직 첫 방송조차 하지 않은 tvN ‘아스달 연대기’는 이미 시즌3 제작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한 시즌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스토리 때문에 당초부터 시즌제가 거론됐던 작품이지만 아직 흥행 여부도,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제부터 언급하고 나서는 것은 다소 ‘섣부른 자만’처럼 보인다.

게다가 ‘아스달 연대기’ 측은 현재 스태프 혹사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스달 연대기’ 측은 제작발표회 당시 입장을 요구하는 취재진의 질문을 사실상 거부했고, 연출을 김원석 감독은 후반 작업을 이유로 제작발표회 초반 잠시 무대에 올라 간단한 인사만을 건넨 뒤 현장을 떠났다.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는 제작진이 스태프들의 혹사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코멘트를 회피하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모든 드라마에게 시즌제 제작과 속편의 성공은 작품 흥행을 증명하는 ‘영광’의 지표다. 하지만 이것이 ‘허울뿐인’ 영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사랑 받는 작품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부터 되짚어 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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