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독거노인 근로소득 29% 급증… 부양의무제 폐지 대상에 非노인 포함해야
작년 내내 지속됐던 저소득층(하위 20%ㆍ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세가 올해 1분기(1~3월)에 멈춰 섰으나, 65세 이상 노인층을 빼면 저소득층 소득은 여전히 가파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등 노인 빈곤율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비(非)노인 저소득층이 ‘정책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소득감소 충격 65세 미만 저소득층에 집중
본보가 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3월 1인가구를 포함한 1분위 가구 소득은 월 평균 65만8,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 늘었다. 지난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 통계에서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2.5%로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통계청이 공식 통계에서 제외하는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플러스로 돌아선 셈이다. 1인가구 포함 시 1분위 가구 소득은 작년 1분기 -14.3%→2분기 -16.7%→3분기 -9.6%→4분기 -21.3%로 급감세를 지속했다.
이런 차이에는 도로변 쓰레기 줍기 등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혜를 입은 독거 노인의 소득 증가가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동절기(12~2월) 노인소득 공백을 막고자 통상 3월부터 시작하던 노인일자리 사업(월 27만원 지급)을 올해는 1월부터 조기 시행했다. 실제 1~3월 65세 이상 1인 가구의 근로소득은 29.3%나 급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65세 이상 노인을 제외한 저소득층의 소득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1~3월 1분위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가구 소득은 4.3% 늘어난 반면, 비노인가구는 4.6% 줄었다. 이런 흐름은 작년 3분기(비노인 -15.6%, 노인 -6.1%), 4분기(비노인 -25.1%, 노인 -19.1%)의 동반 감소세와는 다른 것이다.
최근 3년간 비노인 저소득층 가구 소득(1분기 기준)은 2017년 80만원→2018년 66만원→올해 63만원으로 급감 추세다. 그간 정부가 ‘소득 참사’의 주된 요인으로 ‘고령층 비중 확대’를 지목해왔지만, 오히려 소득감소 충격은 비노인 취약계층에서 더 컸던 셈이다.
◇고용부진+노인위주 지원 ‘이중 충격’
이는 우선 비노인 계층이 최근 고용부진의 충격을 더 크게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월 1분위 비노인가구 중 무직가구(가구주가 무직) 비중은 67.5%로 2017년(55.4%)보다 12.1%포인트나 급증했다. 임시ㆍ일용직 일자리가 작년에만 19만5,000개 사라지고 영세 자영업자 소득이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이 노인층 위주로 이뤄지는 점도 악재가 됐다. 정부는 작년 9월 노인 기초연금을 인상(20만→25만원)했고, 1분위 노인에겐 지급액을 올해 4월부터 30만원으로 높였다. 노인 일자리도 작년보다 10만개(51만→61만개) 늘렸다.
반면 비노인 계층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2014년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 같은 ‘비수급 빈곤층’(기초생활 수급자보다 가난하지만 혜택을 못 받는 계층)은 63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노인가구이지만, 비노인 가구도 절대 규모로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는 “최근 노인 빈곤이 주목 받으며 기초연금 인상 등 관련 복지 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비노인 취약계층은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중 근로능력이 있는 이에게는 (일하는 저소득가구에 현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로 지원하고, 근로능력이 없으면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부양의무제 및 재산소득 환산기준을 완화해 복지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지원대상과 지원액이 2배 이상 확대된 EITC는 9월부터 지급된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도 “부양의무제 폐지 대상에 노인 외에 한부모 가정이나 부모가 있지만 관계가 끊긴 20대 저소득 청년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위 비노인 가구의 상당수가 기초생보 대상자로 추정되는데, 이들에 대한 복지 정책 속도가 더딘 측면이 있다”며 “(지난달 16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부분이 논의가 됐다”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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