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46) 전 주한 미국대사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지속 중인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선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리퍼트 전 대사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힌다.
3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리퍼트 전 대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회담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건 제재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하노이 회담 후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풀어내기 위해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 내지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북한이 먼저 미국 측에 명분을 줘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리퍼트 전 대사는 이어 “(북한의 조치에 따라) 북한의 제재 수준이 완화되고 나면 한미 간 정책 조율을 거쳐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각각 완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대화가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주한 미국대사인 리퍼트 전 대사는 재임 중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과 관련해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었다”며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양국 간 대북정책은 완전히 일치했으며 한미일 3자 협력도 강화됐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화를 거부해 굉장히 실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재임 중인 2015년 3월 5일 흉기 피습으로 얼굴 등에 큰 상처를 입어 한미 동맹 손상에 대한 우려가 일었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같이 갑시다’라는 문구를 올려 우려를 불식시켰고, 퇴임 후에도 한국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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