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31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여야4당은 일제히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사과까지 했지만 파문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역대급 망언”이라며 맹비난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헝가리 유람선 사고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을 이렇게 저열한 방식으로 공격해야 직성이 풀리냐”며 “정 정책위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한국당은 그를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민생 논의는 하지 않고 행정부 수장이나 국가 원수에 대한 인식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애석하다”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이어 정용기 정책위의장까지 한국당 지도부 3명이 막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내 막말과 망언 경쟁은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번 발언은 국가보안법상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가세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하다 하다 별의별 막말이 등장한다”며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모독하더니 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하니 ‘북한의 수석 참모’가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막말 배설당’으로 전락한 한국당은 자진 해산하는 게 답”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하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하면서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말을 양산할 때가 아니다”고 구두 논평했다. 같은 당 김정현 대변인도 “극단적 막말로 보수꼴통 정당 정체성이 드러났다”며 “이성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황 대표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정 의장을 사퇴시키라”고 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 역시 “제1야당 국회의원이 공석에서 국가안보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할 발언을 쏟았다”면서 “이 말은 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옳다’며 박수 치며 환호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며 “한국당의 현행법 위반은 확실하다. 국가보안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은 ‘종북 한국당’의 김정은 찬양을 처벌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정 의장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부적절한 측면이 많고 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천안에서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하노이 회담의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전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숙청설 보도를 들면서 “김정은의 야만성에 몸서리가 쳐지지만, 그 야만성과 불법성, 비인간성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도자로 조직과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을 해야 한다”며 “문정인 특보,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저쪽처럼 처형은 아니지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수위를 넘은 발언에 회의장은 술렁였고 “큰일 날 발언”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수를 치며 “옳소”를 외치는 의원들도 있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