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1일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대여투쟁과 총선에 대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지도부 일원인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한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모처럼만의 화합의 장은 또다시 막말 논란으로 얼룩졌다.
이날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황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여러분이 구석구석에서 협력해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며 “그러나 아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국민들 목소리를 더 간절하게 듣는 걸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17%포인트까지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지율이 올라갈 때면 조정기가 있다. 지금은 조정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훈훈했던 회의 분위기는 정 의장의 돌발발언이 나오면서 술렁였다. 정 의장은 하노이 회담의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전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숙청설을 거론하면서 “김정은의 야만성에 몸서리가 쳐지지만, 그런 야만성과 불법성, 비인간성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또 “지도자로 조직과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을 해야 한다”며 “문정인 특보,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저쪽처럼 처형은 아니지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자 장내 곳곳에서는 웅성대기 시작했고, “큰일 날 발언”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발언은 부적절하고 좀 과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 부분은 저희가 국민들에게 송구하단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황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당 대표 특강에서도 “문 정권과 추종세력이 우리당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언행을 특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당부는 이날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지만, 정 의장의 발언과 맞물리면서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정 의장은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본질을 이야기 위해 비유한 것이지 않나”라며 “역설적인 이야기를 한 것을 갖고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굉장히 전략적인 것”이라고 반발,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안=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