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
하노이 이후 교착된 北문제 다뤄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막한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총 6개 세션 중 하나로 한반도 정세가 논의되고, 이례적으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도 잇달아 회동하며 북한 문제를 다뤘다. 베트남 하노이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교착된 북핵 문제 등 향후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비공개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튿날에는 한일ㆍ한미 간 양자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예정돼 있다. 이번 연쇄 회동은 최근 북한 단거리 발사체ㆍ미사일 발사를 두고 한미일이 조율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이후 상황을 점검ㆍ평가하고, 지금 상황에서 대화 국면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적절한 대북 메시지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이슈는 샹그릴라 대화의 총 6개 세션 중 두 번째인 ‘한반도 안보와 다음 단계’에서도 다뤄진다. 두 번째 세션 연설이 예정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한반도 평화 안정, 북한의 비핵화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정책을 잘 어필해서 성과를 얻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도 같은 세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세션 ‘인도-태평양 안보에 대한 미국의 비전’에서 발표하는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도 한반도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샹그릴라 대화 마지막 날인 6월 2일 열리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회의에서도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현안이 주요한 의제로 다뤄진다.
지난해 12월부터 ‘초계기 저공위협비행-레이더 조사(照射ㆍ비추어 쏨)’ 갈등을 빚어온 한일 국방장관 회담 성사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양국 군당국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최종 조율을 거쳐 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군 관계자는 “회담을 개최해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8년 만에 국방장관격인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정 장관이 1일 만나는 한중 국방장관 회담도 관심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국 배치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됐던 한중 군당국 간 교류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만난 두 장관이 공군 간 직통망을 추가 개설키로 합의하는 등 조금씩 물꼬가 트이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사드 문제를 다시 꺼내 들고 미중 간 어느 편에 설지 요구할 경우 분위기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싱가포르=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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