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철거민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지 못한 부실수사였던 만큼 검찰이 사과하라는 게 과거사위의 결론이다. 과거사위는 31일 용산참사 심의를 끝으로 1년6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과거사위가 마지막 심의에 올린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 발생했다. 당시 서울 용산구 소재 재개발구역에 있는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들과 경찰, 용역업체 직원들이 대치하다 철거민 6명과 특공대원 1명 등 7명이 사망했다.
당시 수사의 초점은 화재의 원인과 경찰 진압작전의 적법성 여부였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검찰수사팀(수사팀)이 화재 원인을 일찌감치 철거민들의 화염병 투척으로 단정짓고, 경찰의 진압작전은 ‘정당한 공무수행’으로 포장하는 등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화재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압작전을 강행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특히 “진압작전 개시 전에 철거민들이 소지한 염산, 신나, 화염병 등 위험물질의 종류와 양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철거민들을 체포하기 위해 특공대원들을 재차 망루에 진입시킨 것은 무리한 작전”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용산참사 발생 및 처리 과정-박구원 기자/2019-05-31(한국일보)](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5/31/201905311727781769_5.jpg)
철거민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추가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과거사위 결론이다. 이로써 당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았던 경찰관들은 농성진압 작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실제 당시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서면 조사만을 한 뒤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무리한 진압 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도 김 전 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는 누락됐다.
과거사위는 또 유가족에게 사전 통지 없이 사망자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재판과정에서 변호인들의 수사기록 열람ㆍ등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검찰이 사건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은 과거사위 심의결과에 대해 “이미 법원에서 치열하게 다퉈 확정판결이 나왔는데도 과거사위 대상사건으로 선정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반면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또한 “수사권고가 내려지지 않아 매우 실망”이라며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검사를 비롯한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제대로 된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용산참사 심의를 끝으로 1년6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과거사위는 그간 검찰이 과거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던 사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사건 17개를 선정해 조사했고, 7개 사건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성과만큼이나 한계도 분명했다. 실무기구인 조사단에 강제수사권이 없어 핵심 참고인 등을 직접 불러 조사하지 못했고, 관련 기록을 입수하지 못해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검찰의 과오를 낱낱이 지적했지만, 공소시효 만기 등으로 인해 당시 수사담당자들에 대해선 징계나 처벌 등을 권고하지 못한 점 또한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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