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록 전문가 “외부에서 열 아무리 가해도 도어록 안 열려”
“자취생분들, 도어록에 열을 가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답니다. 조심하세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자취하는 여성이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뻔했다는 내용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 여성은 “집에 있는데 새벽에 누군가가 도어록 비밀번호를 해제하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다음날 도어록이 불에 타서 작동을 전혀 안 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귀가하는 여성의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이후 디지털 도어록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도어록을 라이터 불로 가열하면 열린다’는 소문까지 돌아 자취생들의 우려가 커졌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직장인 김희영(30·가명)씨는 31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접한 이후 자취방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며 “밤새 날 지켜주는 건 도어록이 유일한데, 소문에 따르면 그마저도 쉽게 열린다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한 네티즌은 “(도어록 외기 가열로 문이 열리는 것은) 오류 때문이 아니라 화재감지센서가 작동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다른 안전장치들을 추가 설치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어록에 열을 가해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향 한국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 사무국장은 “도어록의 화재감지센서는 실내온도가 특정 기준 이상 고온일 때만 작동하는데, 도어록 외기에 가하는 열이 실내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어록 생산업체 아이레보의 이경훈 팀장도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대부분 가정집의 문은 방화문이라 외부에서 내부로 온도가 전도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2006년 강화한 안전기준에 따르면 판매 제품들은 실내 온도가 60도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화재시 거주자가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온도센서가 있는 도어록은 반드시 실내 쪽에서 발생한 원인으로만 작동돼야 한다. 또 외기에 100~110도 열을 가했을 때도 도어록이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즉 외부에서 도어록 외기에 열을 가해도 문이 열리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도어록 사용법을 숙지하고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범죄 방지법”이라며 “정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이중잠금장치를 활용하는 등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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