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진화론적으로 한 수 위의 생물이라는 재미있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흥식 고려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발간한 ‘What am I’에서 진화론적 측면에서 생식기와 항문, 요도가 완벽하게 분리돼 있는 여성이 남성보다 한 수 위의 생물이라고 주장했다.
진화론적으로 하등동물과 고등동물을 가리는 가장 큰 요인이 생식기의 발달이다. 어류, 파충류, 조류 등 포유류가 아닌 척추동물은 생식기, 항문, 요도가 모두 한 구멍으로 모인 총배설강을 갖고 있다. 총배설강은 소화관의 끝인 항문 부분에 생식수관(생식기)과 수뇨관(요도관)이 연결돼 한 구멍으로 함께 배설하는 형태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새똥을 잘 보면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이 그림물감을 섞어 놓은 것처럼 뒤섞여 있는데 흰 부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요산이다. 달걀 껍질에 닭의 똥이 묻어 있는 것도 생식기와 항문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포유류인 단공류도 조류처럼 총배설강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동물이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로, 이들 동물들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알을 낳으며 조류나 파충류처럼 항문과 비뇨생식계 출구가 합쳐져 있다.
단공류를 제외한 모든 포유류의 항문과 요도는 완전히 분리돼 총배설강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포유류의 수컷은 요도와 생식기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하나의 구멍을 이용하고 있다. 나 교수는 “이는 두 대의 자동차가 차선이 없는 도로를 운행하는 것과 같다”며 “포유류의 암컷은 생식기, 항문, 요도가 완벽히 분리돼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입과 항문이 완벽하게 구별된 극피동물이 한 수 위고, 그보다는 총배설강을 가진 조류나 파충류가 한 수 위인 것처럼, 진화의 맨 꼭대기에는 포유류의 암컷이 존재한다”며 “남성들은 진화론적으로 남성보다 더 진화된 형태의 여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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