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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부다페스트를 사랑한, 사진작가를 꿈꾼 20대 청년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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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부다페스트를 사랑한, 사진작가를 꿈꾼 20대 청년의 실종

입력
2019.05.31 16:15
수정
2019.05.31 23:5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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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헝가리행, 2주 만에 가이드 실습 나선 이모씨 사연 

 현지 여행사 취업 기쁨에 서둘러 출국, 업무 배우려 배 탔는데…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부터 사고 현장에서 인양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다페스트=EPA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부터 사고 현장에서 인양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다페스트=EPA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에서 실종된 ‘한국인 사진작가’가 현지 가이드 겸 사진작가를 꿈꿨던 청년 이모(29)씨로 확인됐다. 너무나 매력적인 헝가리에서 일자리를 얻은 기쁨에 실습 삼아 배에 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1일 현지 여행업계와 이씨 지인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부다페스트의 한 여행사에 취업이 확정됐다. 이 여행사는 참좋은여행이 모집한 관광객을 현지에서 인솔하는, 가이드 공급업체였다. 취업이 확정되자 이씨는 지난 15일 헝가리로 나왔다. 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사에서는 여유 있게 헝가리로 오라고 했지만 중간에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일주일 만에 항공권을 샀다”고 적었다.

취업이 확정된 이씨가 그렇게 빨리 헝가리 행을 택한 건 부다페스트 풍경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꿈은 사진작가였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여행하는 국가에서 취업자격을 주는 제도) 시절 취미 삼아 시작했다가 전업으로 사진을 택했다. 최근까지도 SNS에 사진을 주제로 한 글을 연재했다.

사진작가의 길을 모색하던 이씨는 여행사 문을 두드렸다. 이씨는 “많은 보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연봉과 처우를 약속 받았다”면서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좋은 조건의 자리가 있었지만 외면했다. 이번엔 부다페스트라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고 SNS에 썼다. 다른 곳도 아닌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부다페스트를 “8개국 20여게 도시를 다녀보면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기억에 남는 곳”이라 표현했다. 그래서 이씨의 지인들은 부다페스트의 풍광이, 이씨를 헝가리로 이끌었다고 믿었다.

실제 그의 SNS에는 지난 15일부터 헝가리에 입국한 이후 부다페스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찍어둔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다뉴브강이나 국회의사당 야경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다. 안타깝게도 이씨를 태운 유람선이 침몰한, 바로 그 곳 풍경들이다.

이씨가 지난 29일 SNS에 올린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야경 사진. 이씨는 '어서 빨리 맑게 개인 하늘을 보고 싶다'고 적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씨가 지난 29일 SNS에 올린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야경 사진. 이씨는 '어서 빨리 맑게 개인 하늘을 보고 싶다'고 적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씨가 사고 당일인 29일(현지시간)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에 오른 것도 이런 ‘기쁨’, 그리고 ‘열정’ 때문이었다. 이씨는 이날 배에 안 타도 될 일이었다. 그렇지만 열심히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현지 가이드와 교민들도 이씨가 이날 야경 사진도 찍고 선배 가이드인 강모씨의 업무를 옆에서 지켜보기 위해 유람선에 동승했다고 전했다. 헝가리 한인회 관계자는 “일종의 ‘견습 가이드’로 현장에 투입됐다고 들었다”면서 “정식으로 신고된 가이드가 아니다 보니 가족들에게 제대로 사고 소식이 알려졌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광고홍보부장도 “우리 측에 전달된 승선자 명단에 이씨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취업한 현지 여행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여행사 측은 “당일 야경을 찍기 위해 현지 가이드와 배에 함께 탄 것으로 들었고, 정확한 역할과 배에 탑승하게 된 경위는 확인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 모두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이씨 가족은 이씨 실종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이날 오후 부랴부랴 출국 길에 올랐다. 이씨의 대학 친구인 총신대 졸업생 A씨는 “3시간 전에 실종자 명단에서 이씨 이름을 확인하고 대학 동문들 모두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씨는 사고 발생 하루 전인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다 그날 저녁 장을 본 사진을 올려뒀다. “부다페스트 물가를 궁금해 하셔서 간단하게 오늘 장본 것들 가격을 알려드린다”며 빵, 요거트, 껌, 아이스크림 등 며칠간 먹을 식료품들을 한데 늘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 글이 페이스북의 마지막 글이지만, 이씨의 친구들은 포기 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늦어도 괜찮으니 연락 달라” “어서 빨리 웃는 모습 보고 싶다” “기다리겠다” 등의 글을 남기며 이씨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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