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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봄밤’에 독 된 9시 편성?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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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봄밤’에 독 된 9시 편성? 그러나

입력
2019.05.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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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MBC의 ‘9시 드라마’ 첫 주자로 나서 고군분투 중이다. MBC 제공
‘봄밤’이 MBC의 ‘9시 드라마’ 첫 주자로 나서 고군분투 중이다. MBC 제공

‘봄밤’ 첫 방송 이후 2주가 지났다.

‘봄밤’은 MBC가 평일 10시 드라마 폐지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선보인 평일 9시 드라마다. 앞서 이달 초 MBC는 “노동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선제적 전략”을 이유로 대대적인 편성 변경을 알린 바 있다. 당시 MBC 측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밤 10시 시간대 채널에 관계 없이 같은 장르가 편성됨에 따라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와 시청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는 의미도 덧붙였다.

약 40년 만의 ‘평일 10시 드라마’ 폐지 이후 새 시대의 스타트 라인에 선 만큼 ‘봄밤’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러나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여자’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아 온 안판석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정해인, 한지민의 남녀주인공 발탁 소식은 ‘봄밤’이 짊어진 부담의 무게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9시 드라마 첫 도전’에 대한 우려보다 ‘안판석의 새 로맨스’ ‘안판석X정해인의 두 번째 의기투합’ 등에 주목하며 ‘봄밤’의 첫 방송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 지난 22일 첫 선을 보인 ‘봄밤’은 안판석 감독의 전작인 ‘밥누나’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기대 이상의 작품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전해진 호평이 무색하게도 첫 방송 성적표는 예상과 달리 아쉬움을 남겼다.

‘봄밤’의 1, 2회 시청률은 각각 3.9%, 6.0%. 다음 날 방송된 3, 4회 방송 역시 각각 3.6%,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날 출발한 KBS2 10시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이 첫 방송 7.3%, 9.2%, 둘째 날 6.6%, 8.5%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치다. 시청률대로라면 작품에 대한 평도 그다지 좋지 않아야 할 텐데, 화제성이나 작품의 평가적인 면에서는 성적과 달리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해답은 첫 방송 이후 ‘봄밤’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서 생소한 ‘9시 드라마’의 도입에 대한 불편함과 미처 인지를 하지 못해 방송을 보지 못했다는 의견을 토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9시 드라마 편성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시청자들은 ‘봄밤’을 보기 위해 10시에 TV를 켰다가 당황했다는 등의 의견을 남기며 뒤늦게 9시 드라마 개편 사실을 인지했다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한발 늦은 유입 덕분인지 현재 ‘봄밤’은 2주차 방송에서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문제는 ‘9시 드라마 방송’ 자체에 아직까지 생소함과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MBC는 앞서 “시청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편성 전략”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10시 드라마 시청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9시 드라마 편성은 다소 이른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라이프 스타일은 바뀌었지만 과연 오후 9시에 TV 앞에 앉아 본방 사수를 할 수 있을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당초 MBC가 9시 드라마로의 편성 이동을 알렸을 때 ‘과연 10시 드라마 시작 전 블루오션 시간대를 선점한 MBC가 시청률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인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선점 효과 대신 첫 주자가 짊어지고 가야 할 리스크를 ‘봄밤’이 안고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3일 ‘검법남녀2’가 MBC 월화 9시 드라마의 포문을 연다. MBC 제공
다음 달 3일 ‘검법남녀2’가 MBC 월화 9시 드라마의 포문을 연다. MBC 제공

하지만 아직 ‘봄밤’의 결과와 MBC의 ‘9시 드라마 도전’ 성패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편성 변경 이후 첫 작품인 만큼 앞으로 9시 드라마 시청패턴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짐에 따른 판세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3일 방송 예정인 ‘검법남녀2’가 월화 9시 드라마 시대를 열며 MBC의 ‘평일 9시 드라마’ 블록을 완벽하게 채운다면 당초 기대했던 시간대 선점 효과가 빛을 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 역시 “’봄밤’이라는 좋은 작품으로 9시 드라마 시대를 시작한 만큼, 향후 반응 역시 점점 좋아질 것이라 본다”며 “안판석 감독의 작품이 드라마적 미학이나 완성도가 독보적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내부에서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검법남녀2’가 월화 9시 편성을 채워주며 시청패턴이 안정되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첫 주자는 외로운 법이다. ‘봄밤’이 이 위기를 돌파하고 끝내 만족스러운 성적을 손에 쥘 수 있을 지, 그 미래에 이목이 집중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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