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인 선정된 목동깨비시장 김병용씨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상인 중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일해본 분들 많아요. 인프라나 청결이나 서비스가 빠지지 않죠.”
31일 서울 목동깨비시장에서 만난 ‘정직한 정육점’ 대표 김병용(48)씨는 “요즘 시장에 가게 내는 젊은 친구들도 많다. ‘시장은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서울시의 ‘서울상인’ 접객부문에 선정됐다. 지난해에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올해 규모를 넓혀 전통시장 상인들의 귀감을 분야별로 선정해 김씨를 비롯해 7명을 뽑았다. 각 시장별로 추천받은 190여명 중 시장상인 투표, 현장조사와 전문가 심의, 대국민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됐으니 약 27대 1의 경쟁을 뚫은 셈이다.
정육분야 경력 25년 차인 김씨가 목동깨비시장에 ‘정직한 정육점’을 연 건 6년 전. 상가 마트, 경기 부천 한 전통시장에 낸 점포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었고 그만큼 절박할 수 밖에 없었다. “요새는 젊은 고객들도 시장을 놀이터삼아 오잖아요. 상권이 활성화된 시장은 대형마트 못지않게 활기를 띄는데, 목동깨비시장은 활기가 넘쳤어요. 다시 한번 시장에 가게를 차려보자 싶었죠.”
‘전통시장은 지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가게 한 가운데 작업대를 만들었다.
“손님이 (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발골이나 포장을 직접 보면 얼마나 깨끗한지 아실 거잖아요. 저도 작업하면서 손님들이 물건 찾으면 그때그때 팔 수 있고요.” 이곳에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 김씨와 동료들이 ‘발골쇼’를 벌인다.
접객 이벤트를 여는데 우여곡절도 있었다. 가게 문을 연 초반에는 ‘초밥집의 참치 해체쇼’처럼 정육점 앞에 도마를 펼쳐놓고 발골쇼를 열기도 했단다. 김씨는 “봄가을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그런 쇼를 싫어하는 손님도 있더라. 청결해보이지 않을 것 같아 그런 쇼는 이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개업 초반, 할인 전단지를 만들어 돌려봤지만 큰 호응이 없었단다. 구매금액의 2%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씨는 “손님들께 ‘잔돈이 없을 때 쓰세요’하고 적립해드린다. 적립금액에 상관없이 쓸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고객이 가장 몰리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는 헤드마이크를 쓰고 진열장 앞에 선다. 대본 한 줄 없이 시장통을 향해 술술 멘트를 쏟아내는 ‘집객방송’이다. 김씨는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계산해 본적은 없지만 매장에 생기가 돌고 고객에게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집객방송’을 처음 한 건 10여년 전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 안내 멘트를 했던 날 “숫기가 없어서 소주 2병 마시고 술기운”에 방송했단다. 김씨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방송 잘하기로 소문난 상점을 찾아 다녔다. 응용하고 싶은 문구, 화법은 녹음하고 반복해 들으며 연습했다. 방송에 나왔거나 단골손님이 귀띔한 요리법을 메모해두었다가 멘트에 녹여냈다.
김씨를 비롯해 이번에 선정된 서울상인들은 서울 지역 내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고, 성공비결을 공유하는 등 전통시장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 시는 서울상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과 서적을 출간해 더 많은 상인들이 상인정신을 배우고 상생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김병용씨는 “마음이 해이해질까봐 6년 전 가게 내고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강연에서 무슨 말씀을 드릴지 고민 중이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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