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한국인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야속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변에 30일(현지시간) 촛불이 하나 둘 놓여졌다. 머르기트다리 인근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인어)호 침몰 사건 소식을 접한 현지인들의 애도로 다뉴브강에는 평소의 낭만 대신 쓸쓸함이 흘렀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직접 챙겨온 초에 불을 붙이거나 국화꽃을 강변에 놓는 식으로 자국에서 희생된 한국인들을 애도했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주변에도 누군가 가져다 놓은 조화들이 눈에 띄었다. 헝가리 젊은이들과 중년여성 등 가릴 것 없이 대사관 입구나 담에 조화를 두고 가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됐다. AFP통신은 “한 중년남성이 대사관 철제 담에 노란색 리본을 묶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날 밤 한국인 관광객 30명과 가이드 3명 등 35명을 태운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대형 크루즈에 들이 받혀 침몰하면서 현재까지 한국인 7명이 숨졌고 19명이 실종됐다. 이 사고 여파로 ‘헝가리 관광의 꽃’으로 여겨지는 다뉴브강 유람선 운항은 급감했다. 평소 동시에 수십 대의 유람선이 오가던 다뉴브강에는 30여분 간 한 두 척의 유람선만 오갔다. “부다페스트의 유람선 관광 100여년 역사에 이런 참사는 처음”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편, 이날 오후 9시30분쯤 양복 차림의 한국인 10여명이 현장에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흰색 버스에서 내려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지시를 주고받거나 전화 통화를 하더니 약 5분 만에 버스에 올라타고 서둘러 떠났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만든 추모공간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조의도 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 어느 기관에서 나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