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네덜란드와 독일에 ‘낀’ 돌라르트만
1277년 거대한 폭풍이 네덜란드 북부를 휩쓸고 지나간 후 엠스강 하구 서쪽에 만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몇 차례 대규모 홍수로 인한 수위 상승과 지표면 침식, 여러 세기에 걸친 간척 작업 끝에 생겨난 돌라르트만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독일 사이에 ‘낀’ 지리적 위치 탓에 돌라르트만은 수백 년 양국 국경분쟁의 씨앗이 됐다.
돌라르트만의 서쪽 해안은 네덜란드령이고 동쪽 해안은 독일령이다. 돌라르트만이 양국 해상 경계에 있는 것이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국경 획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상반된 주장을 고수해왔다. 네덜란드는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탈베크 법칙’에 따라 국경선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베크 법칙은 하천이나 바다를 사이에 둔 두 나라가 (해상)경계를 획정하지 못할 때 가항로(可航路)의 중앙선을 경계선으로 삼도록 한 국제법이다. 이는 공식적인 합의가 있기 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국경선 획정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독일 보르쿰섬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일부가 네덜란드 영토에 속하게 된다. 반면 독일은 엠스강 하구의 자국 영역이 네덜란드 영역보다 훨씬 넓다는 점을 들어 썰물 때의 왼쪽 기슭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네덜란드 영토인 델프제일항구의 부두 일부가 독일로 귀속된다.
독일과 네덜란드 간 영유권 분쟁이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가장 큰 이유는 돌라르트만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이곳에선 오랫동안 양국 어부들이 어업권을 두고 충돌해왔다. 특히 국경선에 따라 일부 소유권이 바뀔 수도 있는 독일 보르쿰섬의 해상풍력발전단지는 그 가치가 4억5,000만유로(약 6,800억원)에 달한다. 국경 획정이 본국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질 경우 어업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데다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진 발전소의 향배도 가려지는 만큼 양국 모두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것이다.
2014년 한 때 국경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 해 10월 양국 외무부 장관이 ‘엠스-돌라르트 조약’을 체결하면서다. 베르트 코엔더스 당시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시 독일 외무장관은 엠스강이 돌라르트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델프제일(네덜란드)과 엠덴(독일)의 국경에서 만나 이 지역에 대한 양측의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엠스강 하구 연안으로부터 3~12해리 구역을 상업적으로 사용한다는 데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돌라르트만의 영유권을 둘러싼 외교적 분쟁은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국경선은 여전히 모호하게 남겨진 터라 완전한 분쟁 해소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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