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는 5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도 격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범 부처 수출 총력지원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공식 관계장관회의인 ‘녹실간담회’를 열고 미중 통상갈등과 수출ㆍ경상수지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에 따르면 다음달 5일 발표 예정인 4월 경상수지는 소폭 적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83개월(6년 1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중이었다. 다만 이번 적자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이 4월에 집중지급되면서 벌어지는 일시적 현상으로, 연간 경상수지는 6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나타낼 거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5월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반도체 단가하락과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를 배경으로 지목했다. 지난 4월 기준 반도체 가격이 8Gb D램 기준 9.0달러에서 4.3달러로 52% 하락하고, 128Gb 낸드플래시 가격도 6.8달러에서 5.0달러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 1월 전망 당시의 3.5%에서 4월 3.3%로 0.2%포인트 떨어졌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월 3.3%였던 것을 5월 3.2%로 소폭 조정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범 부처 수출 총력지원 체제를 강화하는 등 수출 살리기에 적극 매진하기로 했다. 최근 가동한 범 부처 합동 ‘수출활력촉진단 2.0’을 통해 △소비재 △신수출성장동력 △주력산업 △스타트업 △강소기업 등 5개 분야의 25개 업종, 3,000여 개사를 밀착 지원하고, 무역금융과 해외마케팅 확대 등 수출활력 제고 대책 과제도 신속히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수출 지원 예산이 3,233억원 규모로 편성돼 있는 만큼 추경 통과에도 정부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미중 무역분쟁의 확대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우리 수출의 1, 2위 상대국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이 클 수 있다”며 “관계부처 간 협업 하에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국내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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