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이라 불린 필리핀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90)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31일 필리핀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30여년 전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부로부터 몰수한 다이아몬드 등 보석 160억원치를 공매에 부치게 해줄 것을 지난해 9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 대변인은 최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석의 혜택을 국민들이 누려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고 곧 ‘(보석 공매를) 하라’는 신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는 대통령 승인이 있어야 진행된다.
이번에 공매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수집품은 페르디난드와 이멜다 부부가 망명 생활을 했던 하와이에서 압수된 것으로 ‘호놀룰루 컬렉션’이라 불린다.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2015년 60억원을 매긴 25캐럿짜리 희귀 핑크 다이아몬드가 포함돼 있다. 이멜다는 자신이 소장했던 보석을 공매에 부치는 걸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986년 필리핀 민중봉기로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퇴진하는 과정에서 몰수된 명품 가방과 구두, 보석, 명화 등 엄청난 양의 사치품 때문에 이멜다는 ‘사치의 여왕’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특히 대통령 궁에서 발견된 이멜다의 구두 1,000여컬레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멜다는 남편이 숨진 지 2년 뒤인 1991년 아키노 당시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이어 바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으나, 이후 잇따라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현재도 하원의원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장녀 이미는 이번 달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직을 얻었다. 두테르테 현 대통령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역할 모델’로 삼고 이멜다 가족을 감싸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멜다는 지난해 말 부패 혐의로 최고 77년의 징역형을 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