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시가 마약 풍선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를 오락, 유흥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호찌민시와 중부 다낭 등 유명 관광지는 금지 대상 지역에서 빠졌을 뿐만 아니라, 하노이에서 적발되더라도 처벌 근거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현지 일간 뚜오이쩨에 따르면 보건부는 전날 하노이 인민위원회(시)에 이산화질소를 산업용으로만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앞서 하노이시가 지난해 10월 보건부에 아산화질소의 오락 목적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그보다 한 달 전 하노이에서 열린 한 음악축제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한 20대 7명이 목숨을 잃고 현장에서 아산화질소와 마약류가 들어 있는 풍선이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보건부는 29일 하노이시에 보낸 공문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아산화질소 사용을 금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해당 가스는 산업용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또 여러 병원에서 아산화질소 흡입에 따른 경련 등으로 척수손상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부와 하노이시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하노이보다 마약 문제가 더욱 심각한 호찌민시와 관광도시 다낭이 제외된데다, 하노이에서 위반자를 적발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호찌민총영사관 자문을 맡고 있는 호앙 반 쏜 변호사는 “베트남 현지 보도는 마약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건 당국이 청취했다는 의미 정도”라며 “(법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처벌 규정을 수정하는 등의 절차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선언적 의미로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아산화질소가 담긴 해피벌룬을 팔다 적발되면 120만~200만동(약 6만~10만원)의 벌금을 물 뿐, 이용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해놓고 있으며, 속인주의를 적용, 해외에서라도 흡입하거나 흡입 목적으로 소지, 판매, 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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