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에 대해 회상했다.
송강호는 30일 오후 서울 모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봉준호 감독과의 오랜 인연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봉준호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있었다. 내가 오디션 보러 갔다가 탈락을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실은 그게 아니다"라며 "오디션이 아니고,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이 어떤 영화의 연출부로 있었는데, 아주 젊을 때였다. '초록물고기'란 영화를 보고 나에 대한 궁금증으로 너무 만나고 싶다고, 인간적으로 사무실에 한번 와주십사 했다"고 회상했다.
송강호는 "어떤 배역을 찾는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인간적으로 요청을 정중하게 한 거다. 내가 '넘버쓰리' 촬영 중이었는데 마포 사무실에 갔다. 두 분이 내 앞에 앉았는데 지금의 한국 영화계의 큰 감독들이 됐다"며 웃었다.
이어 "커피 한잔 마시면서 즐겁게 얘기를 했다. 그때 느낌이 '이분들은 뭐가 되도 될 거 같다'였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항간에 알려진 손편지 비화도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손편지가 아니라, 삐삐 녹음이 남겨져 있었다. 공중전화에서 확인을 하는데 봉 감독이 장문의 음성을 남겼더라. 그때 (봉준호가) '모텔 선인장' 영화에 연출부로 있었다. '다음에 할 수 있으면 당신과 하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겠다' 그런 내용이었다. 태도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때 미소를 지으며 내용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더불어 송강호는 "'플란다스의 개'와 '반칙왕'이 2주 간격으로 개봉했는데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이 안되고 '반칙왕'이 대박 났다. 그 당시 2백만 정도의 관객이 들었다"며 "이후 '플란다스의 개'를 비디오로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웃다가 소파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왜 흥행이 안됐나 싶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두 사람은 이후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재회했다. 송강호는 남자 연기상, 봉준호 감독은 신인 감독상을 받기 위해 참석한 거였다. 송강호는 "맞은 편에서 봉 감독이 걸어오더라. 반갑게 얘기하면서 올라간 기억이 난다"면서 웃었다.
한편 ‘기생충’은 오늘(30일) 개봉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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