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단위 여행객 9개 그룹 탑승… 인천 3代가족 구조 확인 안돼
남매 함께 떠났다 누나만 구조… 특허청 前공무원 부부 3쌍 중 1명 구조
29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 한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가족도 있었고 어린 딸을 돌봐준 부모를 위한 감사 여행에 나섰던 가족도 있었다. 하지만 오누이와 부부가 함께 떠났던 해외 여행은 생사의 갈림길이 되고 말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38)씨는 6살 어린 딸을 돌봐주는 친정 부모를 위해 보은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김씨는 친정 아버지(62)와 어머니(60), 딸(6)과 함께 침몰한 유람선에 탑승했지만 구조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피부관리실이 있는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김씨의 주소지 또한 같은 건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김씨는 피부관리실에 나갈 때면 딸을 건물 3층에 있는 친정 부모에게 맡겼다. 이번 여행은 그 동안 어린 딸을 살뜰히 돌봐준 부모에게 보답하기 위해 계획한 여행이었던 셈이다. 사고 당일 김씨 아버지의 3층짜리 건물은 2층 피부관리실과 3층 집으로 통하는 1층 현관문이 모두 잠긴 상태였다. 이웃의 한 상인은 “사고 소식을 듣고 손이 떨렸다”라며 “(자주 보던 김씨의 아버지가)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아 여행을 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정모(28)씨는 충남 논산에 사는 누나(31)와 함께 처음으로 해외여행 길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정씨의 누나는 사고 현장에서 구조됐지만 정씨는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근 직장을 그만 둔 정씨는 기분전환을 위해 공방에서 일하는 누나와 해외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남 1녀 중 둘째, 셋째인 남매는 우애가 남달랐다고 한다. 남매는 누군가 예약을 취소해 가격이 싸진 상품을 구했다고 좋아하며 들뜬 기분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충남 논산에 사는 남매의 부모는 이날 새벽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놀란 가슴을 움켜쥐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후우~후우’ 한숨을 내쉬며 아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침몰한 유람선에는 최모(63ㆍ충남 서산)씨와 안모(61ㆍ대전)씨, 유모(62ㆍ세종)씨 등 특허청 공무원 출신 부부 세 쌍도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옛 내무부 출신으로, 특허청으로 옮겨와 근무하다 최씨와 유씨는 2012년, 안씨는 2015년 명예 퇴직했다. 퇴직 후에도 자주 만나면서 친분을 유지하던 이들은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안씨만 구조됐고 나머지 5명은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친정 식구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김모(55ㆍ여)씨는 딸과 함께 구조된 뒤 언니, 오빠의 실종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씨는 오랜 투병 끝에 병마를 이겨 낸 친정 오빠를 위로하기 위해 딸과 함께 여행 스케줄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남편 윤모(57)씨는 취재진과 만나 “딸이 국제전화로 아내와 함께 구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면서 “처가 식구들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외교부와 참좋은여행 등에 따르면 사고 유람선에는 패키지 여행객 30명과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1명, 사진작가 1명 등 33명의 한국인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정모(32ㆍ여)씨, 황모(50ㆍ여)씨, 이모(66ㆍ여)씨, 안모(61)씨, 이모(65ㆍ여)씨, 윤모(32ㆍ여)씨, 김모(55ㆍ여)씨 등 7명이 구조됐고 7명은 사망, 19명은 실종 상태다. 구조된 7명은 부다페스트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저체온증 외에는 큰 외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유람선에 탑승한 승객은 가족 단위 여행객 9개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고령의 석모(71)씨를 포함한 30명의 관광객은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 한 그룹으로 여행을 떠났던 가족 단위 여행객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부 또는 연인 사이로 추정할 수 있는 남녀 2인 그룹이 4개로 가장 많았다.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5명이 한 번에 예약했다면 가족·친지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곳이 원래 가족들이 주로 신청하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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