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인 화웨이를 제치고 초기 5G(세대)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정책과 미국의 반(反) 화웨이 캠페인의 반사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5G 장비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30일 미국 이동통신장비 시장분석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전세계 5G 통신장비 매출 점유율 37%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5G 장비 경쟁자인 중국 화웨이는 점유율 28%로 2위,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는 각각 27%와 8%의 점유율로 3, 4위를 차지했다.
5G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까지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사업자였다. 지난해 전체 통신장비(2G~5G)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6.6%로 주요 사업자중 5위에 그쳤다. 지난해 1위는 화웨이(31%) 였다.에릭슨(29.2%), 노키아(23.3%), ZTE(7.4%)도 삼성보다 점유율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5G 통신장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주로 삼성전자 장비를 선택해 5G 망을 깔기 시작하면서 삼성은 5G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제재 움직임으로 미국 주요 통신사들이 5G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면서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도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국내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미국 4대 전국 통신사업자 중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3개 통신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1분기까지 진행된 전세계 5G투자 가운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미국 시장을 장악한 삼성은 1년만에 시장 점유율을 5배 넘게 늘릴 수 있었다.
최근 미국의 반 화웨이 행보가 더 뚜렷해지면서 삼성전자의 5G 통신시장 장악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에 이어 5G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일본과 유럽, 호주 통신사들도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 1, 2위 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도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에 반사이익을 안겨줄것으로 보인다.지난 1분기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이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2위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자 구글, 퀄컴 등 주요 소프트웨어ㆍ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했고,화웨이가 예전 수준의 품질로 스마트폰을 계속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이통사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언제까지 유지되고,또 어떤 강도로 이어질지 여부가 5G통신장비 시장의 강자를 가리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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