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멸종위기 생물 발견으로 다시 중단 위기를 맞았다. 환경당국은 제주도에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중단하고, 공사 현장의 멸종위기 생물 서식에 대해 조사해 보호대책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30일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도 등에 따르면 환경청은 지난 29일 제주도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조치 명령 요청' 공문을 발송, 비자림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도가 앞서 제출한 '비자림로 건설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내용과 달리 공사 현장에 애기뿔쇠똥구리와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도는 우선 비자림로 공사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던 업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도는 또 공사는 현재 삼나무가 벌채되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벌채를 일시 중단하고, 이미 벌채된 구간에 대해서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모니터링 결과 팔색조 소리와 애기뿔쇠똥구리 서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도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전면 재조사와 정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25일 비자림로 확장공사 3구간에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소리를 듣고 제주도 환경정책과에 확인을 요청했다. 사흘 뒤인 지난 28일 환경정책과 담당자와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 조류 전문가가 함께 현장을 찾아 팔색조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9일에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2구간과 3구간 사이 구역에서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를 발견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에서 현재 왕복 2차선인 도로를 3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도는 지난해 8월 도로확장을 위해 삼나무 900여그루를 잘라 냈지만,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자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도는 삼나무숲 벌채 면적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해 7개월여 만인 지난 3월에 공사를 재개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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