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6420억원 투입 5개년 계획… 보행환경 개선, 녹색교통지역 확대
서울시민 A씨는 하루 걷기 권장량인 1만보씩을 매일 걷고 있다. 걸을 때마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어플리케이션(앱) '워크온'에는 30만보가 쌓이면 일정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A씨는 “이 마일리지를 교통카드 ‘티머니’로 전환해 출퇴근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지만 걷는 것만으로 돈이 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서울시가 올해를 ‘보행특별시’ 원년으로 선포하고, ‘제2차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기본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6,420억원을 투입해 보행자가 최우선이 되는 ‘걷는 도시, 서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걷기 문화 정착을 위한 각종 정책이 새롭게 실시된다. 시는 걷기와 대중교통 이용을 동시에 활성화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의 걷기나 다양한 보행행사를 참여해 걸은 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이를 다시 티머니로 전환하는 ‘BMW(BusㆍMetroㆍWalk) 마일리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16년 시와 청년스타트업 업체 ‘워크온’이 함께 개발한 앱(워크온)을 내려받고 걸으면 걸음 수가 자동으로 측정 되고 일정 마일리지가 쌓이게 된다. 시는 매일 1만보씩 한 달 동안 30만보를 걸으면 일정 마일리지를 주고, 이를 대중교통 이용 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사대문 안에만 지정된 ‘녹색교통진흥지역’을 다른 지역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이 되면 공해차량 등 자동차 진입이 제한된다.
보행 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보도블록에 축적되는 태양열을 줄이는 특수포장 시공으로 여름철 보행자의 체감온도를 낮춘다. 버스정류장 등 보행자 대기시설에는 미세입자 형태로 인공 안개비를 분사해 주위 온도를 2~3도 낮추는 ‘쿨링포그(cooling fog)’ 시설을 설치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같이 인지도가 높은 시내 주요 건물 1층도 보행로로 개방한다. 그동안 끊겨있던 보행로를 연결해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최단거리 보행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걷기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나눔카, 버스, 지하철을 아울러 맞춤형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보행-대중교통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도보 경로 주변의 보행 편의시설, 정류장 주변 대기 택시 대수, 대중교통 내 교통약자 지원시설 등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시는 2023년까지 현재 16.7%인 보행의 수송분담률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고홍석 시 도시교통실장은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 미세먼지의 위협, 고령화 현상 등에 따라 앞으로 시민이 기대하는 보행여건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걷는 도시, 서울’ 완성을 위해 보다 선제적이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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