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본질은)성접대가 아닌 성폭력이고, 뇌물이 아니라 인권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에 대해 여성ㆍ시민사회단체가 “본질을 간과했다”며 비판했다. 과거사위가 ‘사건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접대나 성폭행 문제로 끝났다’ 고 지적한 데 대해 ‘사건의 핵심은 성폭력’ 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ㆍ시민단체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과거사위 조사결과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인식에 따라 성폭력 범죄가 완전히 왜곡되고 은폐될 수 있다는 것”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과거 검찰의 ‘김학의 사건’ 수사 과정을 두고 “사건의 피해자들은 긴 시간 동안 공권력을 믿고 협조해왔지만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 처분 내리기로 마음먹고 그들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과거사위원회 역시 성범죄 수사에서의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피해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기에는 반대되는 다수의 증거가 있었다’며 여성들의 진술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2년에 걸친 과거사위의 조사가 끝났지만 피해 여성들에 대한 사과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누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사건 피해당사자들이 성폭력과 약물사용, 불법촬영물 유포 등에 대해 끊임없이 증언했지만 검찰은 끊임없이 증거가 없다고 무마해왔다”며 “추가 동영상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검찰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여성 신체를 거래하고 소비한 남성의 이름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경기 여성단체연합 대표 역시 “더 이상 피해여성이 사소하게 다뤄지면 안 된다”며 “당시 사건 담당 검사에 대한 고발조치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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