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회 국외연수 추태 파문이 5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장 공백에다 제명된 의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그 동안 의회는 사태 수습을 위한 윤리특위 개최와 추경안 등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한 번 열었을 뿐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군민들의 여론도 싸늘하기만 하다.
군 의회가 지난 2월 가이드 폭행, 접대부 요청 논란을 일으킨 박종철ㆍ권도식 의원을 제명했지만 군의원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기만 하다.
제명된 박종철ㆍ권도식 전 의원은 대구지방법원에 ‘의원제명 결의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최근 이를 기각했다. 두 의원은 항고했고, 본안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 전의원이 시민단체로부터 형사고발 당한 사건은 현재 대구지법 상주지원에서 재판 중이다.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군의원임에도 해외연수 도중 현지 가이드를 때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비춰 엄하게 구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천군의원 국외연수 사태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2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오면서 시작됐다. 여행 4일째인 23일에는 캐나다 토론토 여행 중 관광버스에서 박종철 의원이 안경을 낀 현지 한국인 가이드를 눈썹 주위가 찢어질 정도로 주먹으로 세차게 가격하는 폭력을 휘둘렀다. 이 가이드는 권도식 의원은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고, 의원들이 호텔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워 일본인 투숙객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이 한국일보 인터넷판을 시작으로 전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들끓었다. 예천의 이미지 추락에 분노한 군민들은 시가지 시위에 나서 ‘군의원 전원사퇴’를 외쳤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외유성 출장 금지’청원이 올랐고, 군의회 홈페이지는 한 때 다운될 정도로 비난 글이 쏟아졌다.
여론에 쫓긴 군의회가 2월1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앞서 윤리특별위원회가 의결한 박종철ㆍ권도식 의원을 제명했지만 주민들은 “셀프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 전원사퇴하라”는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예천명예회복군민대책위원회는 4월 19일 군의원 전원퇴진 서명운동을 위한 사무실을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주민소환은 의원 취임 1년 후인 7월1일부터 가능하지만 미리 여론 결집에 나선 것이다.
대책위는 “주민소환을 가열차게 추진해서 예천의 주권자가 살아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예천군의회 국외연수 추문은 역설적으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계기로 작용했다.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가 올해 예정된 해외연수를 취소하거나 연수일정을 목적에 맞게 조정하기도 했다.
예천명예회복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군의원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일을 두고 이른바 셀프징계를 하고 제명당한 두 의원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군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다”며 “주민소환만이 답이다”고 말해 예천군의회 국외연수 추태 파문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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