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수사를 계기로 마약 집중단속에 나선 경찰이 석 달 만에 3,994명을 검거해 920명을 구속했다. 수사 편의를 봐주거나 사전에 소방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돈을 받는 등 강남 클럽과 유착된 현직 공무원 13명도 검거됐다.
경찰청은 지난 3월 중순부터 3개월간 마약 수사관 1,000여 명을 투입해 마약류 일제 단속을 벌인 결과 검거인원(3,994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구속자(920명)는 84%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검거한 이들 중엔 단순 마약 투약 등 1차 범죄자가 3,883명(구속 886명)으로 가장 많았다. 마약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2, 3차 범죄자는 161명(구속 34명)이다.
연예인 2명과 재벌가 3세 3명도 마약사범 리스트에 포함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필로폰을 산 뒤 투약한 귀화 방송인 하일(60ㆍ미국명 로버트 할리),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마약류 양성 감정결과가 나온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현대가 3세 정모(29)씨와 SK가 3세 최모(31ㆍ구속)씨,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다.
이번 집중단속을 촉발한 버닝썬과 아레나 등 서울 강남 클럽에선 마약사범뿐 아니라 공무원과의 유착혐의로 총 303명이 검거됐다. 이중에 28명은 구속됐다. 유착 혐의로 검거된 현직 경찰관은 10명이다. 이들은 미성년자의 클럽 출입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강남 클럽에 소방점검 일정을 미리 보내준 현직 소방관 1명과 구청 공무원 6명도 검거됐다.
경찰은 후속대책으로 마약류 밀반입 원천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시 단속으로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중단속 종료 후에도 마약 범죄에 대한 상시 관리ㆍ단속체제로 전환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유착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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