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북한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는 엇갈리는 견해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와이를 거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싱가포르, 한국, 일본 순방길에 나서는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자카르타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규정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이 발언은 이달 초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외교도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과 단절이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 CNN 방송과 정치정문매체 ‘폴리티코’ 등도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와 “결별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본 방문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의 사람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며 "김 위원장이 주목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 계정에서도 "북한이 작은 무기 몇 개를 발사한 것이 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힌 데 이어 미 국방수장까지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핵심 참모 간의 이견 차가 또 다시 노출된 셈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섀너핸 대행은 북한 및 이란 대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엇박자' 논란을 빚는다는 지적에도 "불일치는 없다고 본다"고 일축하고 "외교의 조건을 정하는 것도 국방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조관의 엇박자 논란에 한쪽은 회유, 한쪽은 압박하는 ‘대북 이중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최근 둘 사이의 의견 충돌이 실제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다만 이날 섀너핸 대행은 북한의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북미 대화를 우선시하고 제재와 압박을 병행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제재를 지속할 것이며, 국방부의 일은 외교가 실패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초점은 준비에 있다"며 "우리는 제재 집행과 준비에 아주 일관되게 정렬돼 있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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