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용 국산품 생산 독려하며 마라톤대회 등 관광상품으로 인도지원 비용 마련 추진

“‘원조’라는 미명의 싸구려 수입품은 사절한다.” 대북 제재 지속과 별개로 인도적 지원에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관대한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지만 북한은 마뜩지 않은 기색이다. 질 좋은 자급용 국산품을 생산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하면서 마라톤 대회 같은 관광 상품을 통해 인도 지원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우리의 제품과 애국심’ 제하 논설에서 “지금 적대 세력들은 잉여 상품과 눅거리(싸구려) 제품들을 ‘원조’라는 미명하에 다른 나라들에 대대적으로 들이밀어 사람들의 정신을 흐리게 함으로써 저들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의 품질, 최저 가격, 제품의 다양화는 국가의 존엄 문제이고 인민들이 우리 제품에 대한 긍지와 확신을 갖게 하는 정치적 문제”라며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 손쉬운 길을 택하는 수입병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의 생활 영역에 우리의 것만 차 넘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입에 매달리게 되면 자기 운명을 남에게 통째로 떼 맡기게 되며 종당에는 나라가 망하게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문은 ‘우리 것’을 선호한다고 남의 것을 덮어놓고 깔보고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선진적인 것을 배우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제일 좋다는 것만 골라 우리 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적 주문도 병행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유지ㆍ강화 탓에 무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체 기술 향상과 선진국의 기술 반영으로 질이 좋아진 국산품을 만들어내 주민 수요를 충족시키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인도주의 차원의 원조도 가급적 현물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대신 북한이 바라는 건 외화다. 중국 베이징이 기반인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 투어’는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평양 마라톤 대회가 4월 12일로 공식 확정됐다”고 알린 뒤 참가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 행사를 통해 인도적 사업을 위한 추가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우리와 함께 달린다면 훌륭한 일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라고 홍보하면서다. 외국인 대상 관광 상품으로 외화 벌이 돌파구를 모색하는 김에 인도 지원 자금도 벌어보려는 포석 성격으로 풀이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