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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진중' 이동휘 “연기보다 평소 삶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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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진중' 이동휘 “연기보다 평소 삶이 중요해요”

입력
2019.05.29 18:25
수정
2019.05.29 20:4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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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 의뢰인’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이동휘는 “이 영화가 ‘나는 어떤 어른인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화이브라더스 제공
영화 ‘어린 의뢰인’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이동휘는 “이 영화가 ‘나는 어떤 어른인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화이브라더스 제공

“얼마 전 지인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요. 왠지 모르게 뭉클했고 한편으로 뿌듯했습니다.”

영화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삶을 반추하는 거울은 될 수 있다. 배우 이동휘(34)가 영화 ‘어린 의뢰인’(상영 중)으로 관객을 만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한 이동휘는 “‘어린 의뢰인’은 불편해도 마주해야 하는 이야기”라며 “영화의 진정성을 관객에게 잘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의뢰인’은 2013년 한국 사회를 공분에 들끓게 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두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계모가 당시 여덟 살이던 둘째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첫째 딸에게 동생을 때렸다는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한 사건이다. 영화에서 이동휘는 살인 피의자가 된 소녀를 도와 진실을 밝히는 변호사 정엽을 연기한다. 그는 “영화 속 설정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며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 계모를 연기한 유선 선배가 있었기에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주로 부모다. 그래서 타인이 개입하기 어렵고 쉽게 감춰진다. 정엽의 각성은 관객의 각성으로 이어진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져야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좋은 이웃이 누군가에겐 영웅일 수도 있어요. 정엽을 통해서 약속을 지키는 어른,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정엽에게는 이동휘 자신도 투영돼 있다. 그는 “정엽이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어야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해 스스로 질문할 수 있다”며 “정엽은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정엽은 부모의 학대로 다친 어린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아이가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히도록 돕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변호사 정엽은 부모의 학대로 다친 어린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아이가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히도록 돕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과 캐릭터를 대하는 이동휘의 시선이 한층 넓고 깊어졌다. 2017년 11월 영화 ‘부라더’ 개봉 이후 숨 고르기를 했던 1년여간 그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온 것일까. “굉장히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응답하라 1988) 이후 많은 제안을 받아 기쁘게 연기해 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꿈틀거림이 느껴졌어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잠시 고민해 보자 싶었죠. 저 자신에게 질문을 많이 했어요. 연기를 왜 하는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휴식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그를 스크린에 불러냈다. 올해 초 1,600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이다. ‘극한직업’의 출연을 논의하던 즈음, 친한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그 집에 있던 시나리오 한 권을 읽고 일면식도 없던 감독에게 먼저 연락해 조심스레 출연을 자청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국도극장’이다. ‘극한직업’ 촬영 중에 ‘어린 의뢰인’ 출연 제안을 받았고, 차기작 ‘더 콜’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특히 ‘어린 의뢰인’을 촬영하면서 배운 게 많아요. 아이들의 천진하고 밝은 에너지를 보며 연기하는 설렘을 다시 느꼈죠. 어쩌면 그 모습이 내가 돌아가야 하는 초심이 아닐까 생각해요.”

스크린 속 이동휘는 더없이 유쾌하지만, 스크린 밖 이동휘는 진중하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가혹하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매 순간 치열하다. 애드리브처럼 보이는 장면도 애드리브가 아니다. “공부 안 했다면서 시험 잘 보는 친구 있잖아요. 저는 그 말 안 믿어요. 노력 없이는 성취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동휘는 “가치 있는 이야기라면 역할 크기나 현장 여건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4년 전 영화 ‘도리화가’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작은 역할이지만 최선을 다했죠. 그때 기억을 떠올린 제작자가 ‘극한직업’에 불러 주셨어요. 평소 열심히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죠. 연기만큼 삶도 잘 꾸리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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