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국적기로 한국인 피의자 보내줘
비상장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고 속여 10여 명에게 수십억 원을 챙겨서 태국으로 도주한 조직폭력배 출신 사기꾼 등이 송환됐다. 이례적으로 태국 정부가 자국 항공기를 이용해 한국인 피의자들을 보내줬다.
경찰청은 주식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를 받다 태국으로 달아난 A씨(34)를 비롯해 각각 마약 밀매와 사이버도박 사이트 개설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서가 발부된 B씨(34)와 C씨(30)를 태국에서 국내로 송환했다고 29일 밝혔다.
B씨는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필로폰을 수 차례 투약하고 판매한 혐의를, C씨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태국 방콕에서 310억원 규모의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비상장주식 소유자 10여 명에게 비싼 가격에 주식을 대신 팔아주겠다며 접근한 뒤 주식 매매대금을 자신이 챙기는 수법으로 약 44억원을 가로챘다. 충북 청주의 폭력조직 일명 시라소니파 행동대원 출신인 A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자 2016년 말 밀항선을 타고 태국으로 도주했다. 여권 위조 브로커의 도움으로 타인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넣은 위조여권을 이용했다. 당시 A씨에게는 사기 이외에도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총 16건의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A씨가 태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태국 경찰에는 A씨 소재지 정보를 전달했다. 전담 검거팀을 꾸린 태국 경찰은 추격 끝에 지난 3월 16일 라오스 국경 인근 지역에서 A씨를 검거했다. 처음에 완강히 잡아뗐던 A씨는 한국 경찰로부터 사진을 넘겨 받은 태국 경찰이 오른쪽 다리의 선명한 용문신을 근거로 계속 추궁하자 결국 시인했다.
이번 송환은 태국 사법당국이 자국 항공기를 이용해 한국인 피의자들을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전까지는 국내 수사관들이 태국으로 날아가 피의자들에게 수갑을 채운 뒤 국적기에 태워 데려왔다. 임병호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앞으로도 국외 도피사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사법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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