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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주” vs “금지 주’ 미국 낙태논쟁, 지역 갈등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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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주” vs “금지 주’ 미국 낙태논쟁, 지역 갈등으로 번지나

입력
2019.05.29 17:50
수정
2019.05.29 20: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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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일리노이주 하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확대 보장하는 '생식보건법안'을 가결되자 법안을 발의한 켈리 캐시디(가운데 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기뻐하고 있다. 스프링필드=AP 연합뉴스
28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일리노이주 하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확대 보장하는 '생식보건법안'을 가결되자 법안을 발의한 켈리 캐시디(가운데 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기뻐하고 있다. 스프링필드=AP 연합뉴스

미국 사회의 오랜 갈등 이슈인 낙태권 논쟁이 타협점 모색에 실패하면서 ‘찬성 주’가 ‘금지 주’에 대한 거래와 투자를 금지하는 등 지역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19세기 중반 노예제를 둘러싸고 ‘노예 주’와 ‘자유 주’로 대립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올해 들어 앨라배마, 조지아 등 보수 성향의 남부 지역에서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입법이 잇따르자 미국 북동부와 서부의 진보 성향 주들은 반발하며 보이콧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와 콜로라도주 당국자들은 연기금 투자 철회 등 앨라배마에 대한 경제 보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감독위원회는 산하 공무원들에게 1년간 앨라배마 지역의 공무 출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지난 21일 통과시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 로스가토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도 28일 “낙태금지법이 시행될 경우 조지아주에 대한 모든 투자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지아주는 할리우드 못지않게 영화와 드라마 산업 시설이 밀집된 곳으로, 넷플릭스의 보이콧 조치가 현실화하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논쟁이 워낙 첨예하다 보니 최종적으로 법적 결론을 내려야 할 연방대법원마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태아의 인종과 성별,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장애 등을 이유로 한 낙태 시술을 제한하는 인디애나주법에 대해 하급심과 동일하게 낙태 시술을 허용했다. 그러나 ‘태아 조직 처분’ 조항에 있어서는 화장 또는 매장하도록 해 사실상 낙태 반대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판결을 내리면서 연방대법원은 “우리의 견해는 어떠한 가치판단도 표현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NYT는 “주요 낙태 법안을 다루기 위한 시간을 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법원이 미국 각지의 하급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낙태금지법 무효화 소송’의 추세를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라는 것이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날 일리노이주 하원에서는 반대로 여성의 낙태권을 확대 보장하는 ‘생식보건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켈리 캐시디 의원은 "미주리와 앨라배마 등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일리노이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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