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화살머리고지 발굴 현장… 2개월간 유해 325점 발굴

“6ㆍ25전쟁 당시 화살머리고지 전투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유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감시초소(GP)에 전시된 수통과 총열, 탄창 등을 가리키며 군 관계자는 28일 이렇게 말했다. 수통에는 집중 사격을 받은 듯 관통한 총알과 파편으로 23개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M1 소총 총열과 탄창에는 채 쏘지 못한 탄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녹슨 철모에는 총알 구멍 6개가 남겨져 있었다.
우리 군은 지난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향후 실시될 남북 공동발굴 작업에 대비해 작년에 이은 추가 지뢰 제거 및 기초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ㆍ19 군사합의’의 일환으로 남북 군 당국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으로 유해 발굴을 하기로 했지만, 아직 북측이 참여하지 않아 남측 지역에서만 작업중이다.
남북이 화살머리고지 일대를 지목한 건 ‘고지전’이 벌어져 미수습 유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남쪽을 향해 화살촉(머리)처럼 누워있는 화살머리고지는 백마고지에서 남서쪽 3㎞ 지점에 해발 281m 높이로 솟아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1951년 11월부터 휴전 직전인 1953년 7월까지 국군 2사단과 9사단, 미군과 미군 소속 프랑스 대대가 중공군 및 북한군과 4차례 일진일퇴하면서 양측 3,300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 발굴이 이뤄지는 곳은 화살머리고지 GP에서 500~600m 떨어진 능선. 인해전술을 펼치는 중공군을 맞아 진지에서 자신들의 위치로 포사격을 요청해 적을 섬멸하는, 목숨을 내놓은 ‘동굴 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발굴팀원이 호미로 툭툭 흙을 걷어낼 때마다 당시 전투에 사용된 M1 소총용 ‘탄 클립’(소총탄을 묶는 클립)과 소총탄 등이 나왔다.

두 달가량 진행된 작업에서 발굴된 유해는 325점(전사자 시신 50여구 추정)으로 17구 유해를 수습해 중앙감식소로 보냈다. 유품은 2만3,055점, 지뢰 149발 및 불발탄 2,403발도 발견돼 제거했다. M1 탄알, 60㎜ 고폭탄, MK-2 수류탄, M1 총열 등 우리 측 무기와 TT탄창, 막대형 수류탄, RPG-6 대전차 수류탄 등 북한군과 중공군 무기들도 다수 발굴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장병 40여명과 5사단 장병 60여명 등으로 구성된 발굴단 100여 명은 남측 발굴 계획 지역인 16만1,650㎡ 중 1만2,650㎡의 작업을 완료했고, 남은 지역도 올해 안에 마칠 예정이다. 발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북측은 5월 북측 GP에 인접한 지역에 목재 등을 이용한 간이 감시초소를 만들어 2,3명이 교대로 우리 군의 작업을 관찰하고 있다.
국유단 DMZ 1팀장인 강재민 상사는 “종심지역(후방지역)과 DMZ에서 찾고 있는 전사자들을 가족에게 돌려드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유해가 가족에게 돌아갈 그날까지 작은 한 점의 뼛조각이라도 찾겠다”고 말했다. 한 장병은 “북에서 남쪽으로 흘러 들어와 다시 북으로 흐르는 역곡천처럼 남북 관계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철원=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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