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독]GSㆍCJ 등 홈쇼핑, “판매수수료율 높아” 비난 피하려 매출 부풀린 ‘꼼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GSㆍCJ 등 홈쇼핑, “판매수수료율 높아” 비난 피하려 매출 부풀린 ‘꼼수’

입력
2019.05.30 04:40
수정
2019.05.30 07:12
1면
0 0

공정위 “산정기준 정비ㆍ검증 강화”… 과기부는 “문제 없다” 논란 예상

TV홈쇼핑 업체들이 매출을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판매수수료율을 실제보다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파악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CJ홈쇼핑 제공
TV홈쇼핑 업체들이 매출을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판매수수료율을 실제보다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파악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CJ홈쇼핑 제공

TV홈쇼핑 업체들이 매출액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정부에 신고하는 방법으로 판매수수료율을 실제보다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GS홈쇼핑과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등 6개 TV홈쇼핑 업체들은 수년간 매출액을 부풀려 신고해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를 실제 금액보다 낮췄다.

공정위는 최근 현장조사를 통해 TV홈쇼핑 업체들의 ‘매출 부풀리기’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TV홈쇼핑 재승인 업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수년간 홈쇼핑 6개사에 물건을 납품해온 A사 대표 김모씨는 홈쇼핑 업체들에 지불해온 판매수수료와 홈쇼핑 업체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판매수수료가 다르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이에 김씨는 공정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6개 홈쇼핑 업체가 공정위에 신고한 매출액과 A사가 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계산한 실제 매출액이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사는 6개 홈쇼핑 업체와 거래하며 2016~2017년 총 7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홈쇼핑 업체들이 같은 기간 A사를 통해 발생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매출액은 929억원으로 훨씬 많았다. 홈쇼핑 업체들이 신고한 매출을 기준으로 판매수수료율을 계산하면 36.6%지만 A사가 산출한 매출로 계산하면 49%까지 치솟는다. 홈쇼핑 업체들은 A사에게서 높은 판매수수료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아갔지만, 공정위에는 낮은 판매수수료율에 해당하는 만큼만 이익을 취했다고 기록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 부풀리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롯데홈쇼핑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 부풀리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롯데홈쇼핑 제공

TV홈쇼핑 업체들은 납품업체들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한 다음 일정 비율의 판매수수료를 받아 이득을 올린다. 홈쇼핑 업체의 전체 상품 매출액에서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판매수수료율이다. 판매수수료율이 높을수록 홈쇼핑 업체들의 이득은 늘어나는 반면, 납품업체들의 이득은 줄어든다.

공정위는 각 홈쇼핑 업체들이 신고한 매출액을 분모로 하고 정액수수료, 정률수수료, 기타수수료로 받은 액수를 분자로 해 판매수수료율을 계산한다. 매출액은 상품 판매금액의 총합이다. 그런데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공정위에 매출액을 신고할 때 상품 판매금액에 정액수수료와 기타수수료를 합친 액수를 매출액으로 신고해왔다. 때문에 판매수수료율 계산 과정에서 분모가 커졌고, 그만큼 판매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이다.

정액수수료란 매출액 규모와 관계없이 홈쇼핑 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는 걸 말한다. 정률수수료는 상품 매출액에서 일정 비율을 받는 것이다. 기타수수료는 각종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비용 중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에 대해 납품업체와 홈쇼핑 업체가 정률수수료 20%, 정액수수료 300원의 계약을 했고 상품이 10개 팔렸으면 분모는 판매총액인 1,000원이고, 분자는 500원이므로 판매수수료율은 50%다. 그러나 홈쇼핑 업체들의 계산 방식대로면 판매총액 1,000원에 다시 정액수수료 300원을 더한 1,300이 분모가 돼 판매수수료율은 38.4%로 크게 떨어진다.

대형 유통업체와 TV홈쇼핑 업체 판매수수료율. 그래픽=박구원 기자
대형 유통업체와 TV홈쇼핑 업체 판매수수료율. 그래픽=박구원 기자

◇너무 다른 매출액 계산 방식

홈쇼핑 업체들은 이 같은 매출액 계산 방식에 대해 “주무 부처인 과기부와 협의해서 정했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 역시 “정액수수료와 기타수수료 수취액을 매출액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업계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과기부와 홈쇼핑 업체 관계자, TV홈쇼핑협회가 지난해 5월 공동으로 만든 ‘홈쇼핑 산업 주요 통계 산정기준’에도 이 같은 계산식을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홈쇼핑 업계와 과기부가 정액수수료와 기타수수료까지 매출로 잡아온 이유는 여행패키지 같은 ‘무형’ 상품 때문이다. TV 홈쇼핑에서 ‘유형’ 상품 판매 방식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홈쇼핑 방송을 본 뒤 구매할 때 홈쇼핑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게 되는 구조다. 이후 홈쇼핑 업체들은 상품 판매대금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수수료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납품업체에 보낸다.

반면 무형 상품은 홈쇼핑 업체가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화번호나 관련 정보만 알려줄 뿐 소비자가 구매할 때는 납품업체와 직접 계약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실제 판매액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홈쇼핑 업체들이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고육지책’으로 정액수수료를 매출로 잡아왔다는 게 홈쇼핑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홈쇼핑 업계와 과기부 논리대로라면 정액수수료만으로 계약한 무형 상품은 판매수수료율이 100%가 되기 때문이다. 또 무형 상품 판매 구조의 특수성에 따른 판매수수료율 계산 방식을 전체 상품에 대해 확대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평가다. 이종성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정률과 정액수수료를 함께 적용하는 혼합수수료 계약은 무형 상품과는 달리 실제 판매액을 홈쇼핑 업체들이 정확히 알 수 있는데도 정액수수료를 매출에 포함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높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꼼수’로 낮춰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에이블씨앤씨 제공
홈쇼핑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높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꼼수’로 낮춰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에이블씨앤씨 제공

◇공정위 “매출 부풀리기 의도 따져보겠다”

최근 공정위가 공개한 2016~2017년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에 따르면 홈쇼핑의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 대형마트보다 늘 5~8% 높았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체들은 판매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매출액을 부풀린 ‘꼼수’로 낮춰온 수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단 정액수수료와 기타수수료 수취액을 매출에서 뺄 경우 지금까지 공개된 판매수수료율과 얼마나 달라질지 따져볼 예정이다. 또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 부풀리기가 의도적인 허위 자료 제출에 해당하는지도 추가 조사를 통해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액과 판매수수료율 산정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검증 절차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여러 면에서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