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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 위해 경찰ㆍ국정원ㆍ청와대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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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 위해 경찰ㆍ국정원ㆍ청와대 총동원”

입력
2019.05.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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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발표 

 경찰ㆍ해군, 반대 측 폭행과 폭언도 일삼아 

2011년 제주 해군기지 예정지였던 서귀포시 강정동 중덕해안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로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미사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제주 해군기지 예정지였던 서귀포시 강정동 중덕해안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로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미사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 추진 당시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경찰 해군 국가정보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부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과 해군은 반대 농성을 벌이던 주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하는 등 인권침해를 일삼았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업이 지역주민의 의사를 배제한 채 공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실을 확인, 정부 차원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29일 밝혔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정부와 제주도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막기 위해 경찰력과 사법권을 남용했다”며 “국책사업으로 빚어진 공공갈등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나쁜 사례”라고 꼬집었다.

2015년 1월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을 강제철거 하려는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주민 등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1월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을 강제철거 하려는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주민 등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의 시작은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된 200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정마을 회장은 제주도, 해군 등과 사전에 여러 번 접촉한 뒤 주민을 상대로 해군기지 유치 활동을 벌이다 4월 26일 임시총회를 열어 유치 찬성을 결정했다. 해군기지 유치 찬성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을주민 1,900여 명 중 찬성 측 87명(4.5%)만 불러다 진행한 ‘꼼수 총회’였다. 그래도 제주도는 총회 결과를 근거로 한 달도 안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최종 건설 후보지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곧바로 강정마을을 사업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국방부 발표에도 강정마을은 정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같은 해 6월 19일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사업이 어그러질 걸 우려한 해군은 주민투표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군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마을회장을 찾아가 주민투표를 막아달라고 부탁했고, 사업 찬성 편에 선 이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면서 주민투표가 무산됐다. 해군은 마을회장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달 뒤 강정마을 유치반대위는 임시총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유치를 추진한 마을회장을 해임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유치 반대를 결정했다. 이때도 해군은 주민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 투표 당일 노인회 소속 노인 100여 명을 도내 관광 명목으로 버스에 태웠고 투표가 끝난 뒤에야 귀가하게 했다.

2013년 3월 9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수영을 해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구럼비 해안쪽으로 가려는 것을 해경이 출동해 막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3년 3월 9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수영을 해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구럼비 해안쪽으로 가려는 것을 해경이 출동해 막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며 반대 측 농성이 커지자 경찰의 진압 수위는 덩달아 높아졌다. 2008년 9월 17일 경찰 제주도 해군 국정원은 대책회의를 열어 기지 건설 반대 측에 대한 법 집행을 엄격히 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이후 경찰의 진압 기조는 엄정이 아닌 과잉 쪽으로 확 바뀌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2011년 4월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반대 시위를 하던 이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복부를 가격했고, 다른 경찰관은 사복 차림으로 갑자기 나타나 반대 측 주민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경찰이 2011년과 2012년 반대 측 사람을 체포해 연행한 건수만 503건에 달했다.

해군 역시 해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를 지원했고, 심지어 “좌파는 물러가라”는 내용의 보수단체 현수막을 직접 걸었다. 해경은 반대 측이 해상에서 카약을 타고 시위를 벌이자 고의로 카약을 전복시키기도 했다.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는 기지건설에 대한 우호 여론을 형성하려고 인터넷 댓글 작업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장에게 반대 측 주민들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제주도에는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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