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기술 받아 다른 부품업체에 주고 가격인하 요구
과징금 4억여원 부과, 관련 임직원 2명 검찰 고발
건설장비 부품 단가를 낮추려 부품 공급 회사의 도면을 받아내 이를 경쟁 납품업체에 넘긴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라는 제재를 내렸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사업부가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분할 전ㆍ후 수 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현대건설기계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4억3,100만원을 부과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해당 행위에 관여한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의 상무급 간부, 차장급 직원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분할 이전인 2016년 1월 건설장비에 장착되는 부품 도면을 납품업체인 A사로부터 받아내 이를 다른 제조업체에 전달해 견적을 제출하게 한 뒤, A사에도 단가 인하를 압박했다. A사는 향후에도 계속 공급하는 조건으로 가격을 최대 5%까지 인하해야 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분할한 현대건설기계도 같은 방식으로 하도급업체를 압박했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7월 기존 3개 업체로부터 납품하던 품목 13종의 도면을 받아낸 뒤 세 차례에 걸쳐 다른 업체에 넘겨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특히 공정위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이후인 작년 4월에도 같은 방식의 불공정거래를 진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두 회사는 기존 납품업체로부터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 굴삭기용 유압밸브 등 건설장비용 부품 도면을 받아 다른 하도급 업체에 나눠주고 경쟁입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부품의 경우 이미 기존 업체에 시제품 개발을 의뢰하고 승인까지 완료한 뒤에도 입찰에 참여토록 강제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의 기술을 유용하는 ‘갑질’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두 회사는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자료를 요구할 때 요구 목적과 비밀 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가 어디에 귀속되는지 등을 명시한 서면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일부 부품의 경우 기술 자료를 받아낸 뒤 공급 업체를 변경하지 않았다지만 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긴 것 만으로도 기술 유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하나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기술 유용은 중소기업 혁신 유인을 저해하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직권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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