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창단 하이원 스노보드팀 입단해 담금질
강원랜드 “지역 스포츠 인재 발굴ㆍ육성 지원”
지난해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 대회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건 ‘배추보이’ 이상호(24). 그가 지난달 창단한 강원랜드 하이원 알파인 스노보드팀 소속으로 3년 뒤 중국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팀의 간판선수가 된 그는 “나고 자란 고향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돼 의미가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스노보드의 개척자인 그는 누구보다 ‘최초’란 수식어에 안성맞춤형 선수다. 초등학생시절 정선 고랭지 배추밭에서 보드를 탔던 소년은 국내 선수로선 처음으로 2017년 2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회전과 대회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이어 터키에서 열렸던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선 한국 선수로선 최초로 은메달을 따냈다.
그가 지난해 평창에서 딴 은메달은 1960년 미국 스쿼밸리 대회 이후 58년간 동계올림픽 출전에서 획득한 한국의 70개 메달 가운데 유일한 스키종목 메달이다.
하지만 시련도 찾아왔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새 장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도중 스폰서 연장 계약까지 불발됐기 떄문이다. 스노보드 등 설상종목 선수에게 스폰서 계약 연장 불가 통보는 청천병력에 가깝다. 특히 짧은 겨울 탓에 사계절 국내 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지원 없이 기량 유지에 필수적인 해외전지 훈련 등을 나서긴 쉽지 않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배추보이’도 피해갈 수 없었던 셈이다.
구원의 손길은 고향에서 찾아왔다. 어릴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하이원으로부터 후원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2022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출전 기회도 잡게 됐다. 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향토기업의 일원이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마음을 다잡고 베이징에서 정상에 올라 또 다른 역사를 쓸 수 있도록 강하게 자신을 담금질하겠다”고 말했다.
하이원 스노보드팀엔 배추보이의 고향 후배인 권용휘(19) 선수도 합류했다. 권 선수는 지난해 내셔널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동메달을 딴 유망주다. 두 선수 모두 유소년 시절 강원랜드 지원을 받아 선수생활을 시작에 실업팀에 입단한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전수와 선의의 경쟁 등 두 선수가 시너지효과를 내면 3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도 꿈이 아니다”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강원랜드는 두 선수 외에도 지역 스포츠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원랜드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사 인근의 정선 사북 및 고한 지역 내 동계스포츠와 골프 유망주를 발굴, 1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2015년엔 지원 대상 지역을 강원도 전역으로 확대한 강원랜드는 100여개 학교 선수들에게 겨울과 야간 운동까지 가능한 훈련시설도 제공했다.
지난해엔 제2, 제3의 ‘배추보이’를 기대하면서 스노보드와 바이애슬론 등 동계스포츠 유망주 10명에게 7,000여만의 장학금도 지급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올 들어 소년체전에서 강원도 선수단의 성적이 향상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공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는 유망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선=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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