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사퇴 후 확 달라진 KIA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박흥식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11경기에서 9승2패로 반전에 성공하며 중위권 진입의 희망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다. 고무적인 건 마운드가 선발과 불펜 모두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이쯤 되니 2014년 LG의 행보가 회자된다. 당시 9개 구단 체제에서 LG는 김기태 감독이 사퇴한 4월 23일 4위 두산에 5.5경기 뒤진 최하위였다. 5월 12일까지 조계현 수석코치 체제에서도 6승10패에 머물렀다. 이때까지 34경기에서 승패 마진이 -13(10승1무23패)에 이르렀다. 그러나 5월 13일 양상문 감독을 영입한 이후 분위기를 바꾸면서 반전에 성공했고,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상대적으로 중위권 팀들의 혼전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6월까지 LG에 무려 9.5경기 차로 앞서 있던 롯데는 7월 이후 급락하면서 결국 LG에 4위 자리를 내준 뒤 최종 7위로 미끄러졌다. LG는 양상문 부임 후 94경기에서 52승1무41패로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최종 성적으로는 5할 승률에 못 미치고도 승률 디플레이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최대 -16까지 떨어졌던 승패 마진을 최종 -2(62승2무64패)로 만든 레이스였지만 초반에 워낙 까먹은 승수가 많아 롯데가 후반기 5할 승률만 했어도 LG의 4강 진입은 불가능했다. 당시 양상문 감독조차 부임 직후 “사실 올해는 힘들지 않겠나. 내년, 후년을 보고 팀을 잘 추스르겠다”고 했을 정도로 행운이 따른 기적이었다.
지금의 KIA 역시 선전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철옹성을 구축한 ‘5강’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언제 생기느냐가 관건이다. 희망은 있다. 현재 마지노선인 5위 LG의 성적은 29승25패로 2014년 5월까지 4위를 달렸던 넥센(26승22패)과 똑 같은 승패 마진(-4)이다. 당시 LG는 류제국 이동현 봉중근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손주인 등 베테랑들이 투타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LG 선수들은 “마음을 비우고 베테랑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알아서 했던 결과였다”고 돌아봤다. KIA 역시 상승세를 탈수록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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