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정치 얘기하려면 뭐 하러 기자 불렀겠나”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을 두고 야권에서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동석했던 기자가 정치 이야기는 전혀 오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만찬에 참석했던 김현경 MBC 기자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현직 언론인이 있는 자리에서 (총선 이야기 같은)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오고 갈 수는 없었다. 글자 그대로 양정철 원장의 귀국 인사 자리였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만남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학회에 참석했다가 28일 귀국해 두 사람의 만남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에 따르면 양 원장은 “그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을 보니 이렇더라”는 류의 이야기를 했다. 서 원장은 “국정원이 국내 정치조직을 없애서 대외 업무를 많이 맡아서 하게 됐다. 그래서 몸이 참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기자는 “지나고 보니까 두 분 만남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나를 끼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총선 이야기는 제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한반도 정세와 오래 전 개인적인 인연 등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한참 갔다. 식사가 끝난 뒤 함께 식당 마당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식당 마당에 주차된 내 차에 바로 올랐고, 차량을 가져오지 않은 양 원장이 대문 밖까지 서 원장을 배웅했다”고 설명했다. 식사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있었지만 정치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 원장과 양 원장) 둘이 만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데 정치 얘기를 하려면 뭐 하러 김현경 기자를 불렀겠나. 그건 아니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은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4시간 가량 만났다. 양 원장은 “국정원 원장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선거나 정치 얘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양 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을 총괄하는 민주연구원장인데 국정원장을 만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부정선거 공작용 만남, 신(新) 북풍”이라고 주장하면서 28일 국정원을 항의 방문하고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한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고, 정의당도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난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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