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8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관련해 “그 전체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면서도 “미 정부의 초점은 협상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또 유엔 제재 위반인지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장차가 드러난 상황에서, ‘WMD 프로그램 전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는 한편, 대북 협상 재개 메시지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북한의 전체(entire) WMD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충돌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곧이어 ‘최근 있었던 북한의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게 국무부의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도 “(북한의) 전체 WMD 프로그램은 결의에 위반된다”고만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전체 WMD 프로그램=유엔제재 위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최근 논란이 된 발사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선 명시적 언급을 피한 셈이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직전인 지난 25일, 북한의 최근 발사에 대해 “탄도미사일이며,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국빈방문 사흘째인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의 사람들은 위반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르게 본다”고 공개 반박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의 초점, 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초점은 북한의 WMD 프로그램을 평화롭게 종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 대응을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사안 가운데 하나’로 꼽은 뒤 “우리는 이 (북미)협상과 논의가 계속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에, 그리고 북한 주민을 위한 밝은 길을 찾기 위한 협상과 논의를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열려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최근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평가에 대해선 즉답을 계속 피했다. ‘북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게 국무부의 평가인가’라는 질의에 “발표할 것이 없다”고 했고, ‘해당 발사들이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인지에 대한 평가가 없다는 뜻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평가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중 누구와 같은 입장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북한의) 발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만 답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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