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대장정 통해 黨 성공적 장악
합장 논란 등 통합 미온적 지적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취임 후 100일에 가까운 시간을 돌아보면 보수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얻고 결집시키는 데는 확실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도층 표심 확보를 위한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장성에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ㆍ2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황 대표는 4ㆍ3 보궐선거를 거치며 안팎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당시 황 대표는 경남에 방을 얻어 숙식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유세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한국당은 지지세가 강한 통영ㆍ고성을 사수하는 한편 ‘진보의 성지’로 불리는 창원성산에서 504표의 근소한 차이로 석패하는 선전을 거둘 수 있었고, 황 대표의 리더십이 공고해지는 발판이 됐다.
선거법과 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을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격화했을 때도, 황 대표는 전면에서 야당 대표로서의 투쟁력을 과시했다. 특히 5월 7일 부산을 시작으로 18일간 진행된 ‘민생투쟁 대장정’을 통해 원외인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며 당 조직을 성공적으로 장악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대장정 동안 황 대표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북정책 실패에 대해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좌파독재”, “거짓말 정부”, “탈원전의 결과는 세금폭탄” 등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보수 지지층은 환호했고, 탄핵 정국과 계파 싸움에 지쳐 등을 돌렸던 ‘집토끼'들도 황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실제 당 지지율 역시 30%대를 넘어서는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중도층 표심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합장 등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과, 학부모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발언은 국민 통합에 앞장 서야 할 유력 대권주자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황 대표는 취임 초부터 외연 확장과 통합 행보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5ㆍ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의원 3인에 대한 당내 징계 문제 때문이다. 논란 발생 71일 만인 지난달 19일 징계 수위를 확정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당원권 정지 3개월’(김순례 의원)과 ‘경고’(김진태 의원) 등 경징계에 그쳤다. 일찌감치 ‘제명’ 처분을 받은 이종명 의원의 징계를 확정하는 의원총회는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