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 매몰된 정부,‘우리만 정의롭다’는 오만과 독선 빠져”
“총선서 다수당 대표되면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 검토
“자유한국당은 이제 친박ㆍ비박이 없는 원팀(One Team)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 직전 사면된다 해도 당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치고 다음 달 6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28일 본보 인터뷰에서 ‘원팀’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계파 싸움에 바람 잘 날 없던 한국당이 모처럼 하나가 돼 당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자평이었다. 만약 여권이 총선 직전 박 전 대통령을 사면시켜 한국당의 내분을 유도한다는 이른바 기획사면설이 실현된다고 해도 자중지란(自中之亂)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에서 촉발된 정부ㆍ여당과의 대치 전선은 그대로 이어갔다. 대북 식량 지원 논의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5당 대표 영수회담 제의를 거듭 일축하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 지금은 대화ㆍ협력보다 제재와 압박이 필요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또 “경제가 무너져가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가 성공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독선과 오만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을 총괄 보좌하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제1야당 대표로 신분이 바뀐 그는 “대통령 권한이 갈수록 강해져서 독선과 오만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된다”며 “당장은 힘들지만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 대표가 되면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_대표 취임 100일이 다가온다. 취임 후 당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가장 큰 변화는 당내에 계파싸움이 없어진 것이다. 완전히 뿌리까지 없어졌느냐에 대해선 이견을 가질 분도 있겠지만 과거 계파싸움으로 국민 심려를 많이 끼쳤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그만큼 당원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_그럼 비박계는 어떻게 협조하고 있나.
“지금은 누가 비박계고 누가 친박계인지 모를 정도다. 입당 전에는 제가 박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했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는 분도 있었고, 오히려 더 좋아했던 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기준이 바뀐 것 같다. 당이 특정 1인이 아닌 국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최근에 마친 대장정 네이밍도 ‘국민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이었지 않나.”
_좌파독재 투쟁을 선언하고 전국을 돌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제1야당 대표가 되니 청와대가 달리 보이는 건가.
“우리 헌법 체계가 대통령에 대한 견제 기능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하지만 헌법이 만들어진 초기보다 대통령 권한이 점점 강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지금 정부도 ‘우리는 정의롭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독선과 오만에 빠져 정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가 무너져 가고 있다고, 경제 실정을 얘기하면 (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가 성공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말씀한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_왜 독선과 오만에 빠졌다고 생각하나.
“너무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다. 자기 진영 사람하고만 일하고 그 밖 사람들은 모두 적폐로 생각하는 것 같다. 블랙리스트만 봐도 그렇다. 지난 정부에도 물론 공무원이나 정치인 중에 잘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개인 문제로 보지 않고 지난 정부를 총체적으로 적폐라고 몰고 가는 것은 문제다.”
_문 대통령은 “적폐수사는 전 정부 때 시작된 것으로 지금 정부는 기획이나 관여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 말씀은 어불성설이다. 이 정권의 공약 1호가 무엇인가? 적폐청산이다. 취임 직후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어떻게 전 정부에서 시작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_얼마 전 페이스북에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며 80년대 운동권 세대를 뽑아내야 할 뿌리에 비유했다. 이제는 보수진영도 민주화 세력의 공은 인정한다. 지나치게 공안적 시각 아닌가.
“공안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이고 공안부는 그것을 지키는 부서다. 형법에도 국가적 이익이나 공동체 법익을 해하는 죄를 공안부에서 다루도록 하는데, 공안적이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한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우리 형법의 한 덩어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썩은 뿌리’ 이야기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으로 국정을 잘못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 정부 국정을 주도하는 것이 386운동권 세대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다. 이 분들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인데 이것을 실험해본 나라가 별로 없고, 해본 나라는 다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다. 또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북한 김정은에게만 매달리는 행태가 시대착오적인 것 아닌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겨냥해 “좌파는 제대로 돈 벌어본 적 없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정말 그분들이 아무 소득 없이 살았겠나(웃음). 특정인을 겨냥하기보다는 과거 좌파 운동권이 주로 근로보다는 투쟁을 많이 했다는 경향을 강조한 것이다.”
_문 대통령이 5당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1대 1 영수회담을 고수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의 해법은 뭔가.
“대통령이 회동을 제안했을 때 의제가 무엇인지 기억나나. 대북식량 지원 문제에 국한해 논의하겠다는 거였다.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_대북식량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투명하게 전달된다면 모르겠지만, 그 식량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식량을 공급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 영유아나 모자 보건 지원용으로 국제기구의 투명한 감시 하에 지원한다고 하면 오히려 북한에서 지원을 거부할 것이다.”
_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비핵화 논의가 주춤하고 있다.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한국당의 대안은 무엇인가.
“역대 모든 정부가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와 협력, 제재와 압박 두 가지를 모두 병용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제재만 하지 않고 대화도 했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하는 지금 시점에선 대화와 협력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_부처님오신날 사찰에서 합장을 안 하거나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종교인으로서 소신을 지켰다는 평도 있지만 종교적 편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 신앙은 존중하면서 다른 사람의 신앙은 존중하지 않는 것이 ‘종교적 편향성’이라면 저는 편향성이 없다. 내 신앙과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거나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다른 종교도 존중한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도 다양한 종교를 가졌다. 다만 이런 행보들이 여러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민에게 불편함을 줬다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다.”
_그럼 내년 부처님오신날에는 절에 가서 합장할 생각이 있나.
“국민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하겠다. 말 그대로만 받아달라(웃음).”
황 대표는 이날 공개된 당 공식채널 ‘오른소리’ 방송에서 합장 거부와 관련해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불교계에 사과드린다”며 “크리스천으로 계속 생활해왔고 절에는 잘 가지 않았기 때문에 행해야 할 절차나 의식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잘 배우고 익히겠다”고 했다.
_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 일각에선 비례대표 후순위 순번을 받아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계획은 무엇인가.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게 제 입장이다.”
_당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종로 출마도 받아들일 의향이 있나.
“당에서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당이 필요로 한다면 아무리 무거운 십자가라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_여권이 올 연말쯤 박 전 대통령을 전략적으로 사면해 총선 전에 한국당을 자중지란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실제로 그렇다면 국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게 아닌가. 해서는 안 될 일이고 정말 그렇게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와는 별도로 지금 박 전 대통령 연세도 적지 않고 몸까지 많이 불편한 상황이라고 하니 국민의 화합적 관점에서 선처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_만약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직전 사면되면 당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 않을까.
“박 전 대통령은 분란을 일으키시는 분이 아니다. 한국당을 사랑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한국당은 이제 원팀이 됐다. 한두 사람이 중심을 잡는 당이 아니다.”
_황 대표가 보수 간판주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정면승부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의회민주주의 같은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에게 문호가 열려 있다. 특정인을 놓고 통합 여부를 답하긴 어렵다.”
_대장정 이후 계획은.
“민생과 안보 중심으로 정책을 계속 챙겨나갈 예정이다.”
인터뷰=김영화 정치부장
정리=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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