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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에 연기 가르친’ 최우식... ‘기생충’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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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에 연기 가르친’ 최우식... ‘기생충’의 도발

입력
2019.05.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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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 “최우식 은근히 즐겨”… 최우식 “소중한 추억” 

배우 최우식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최우식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30일 개봉)엔 계급을 뒤집는 상징들이 가득하다. 영화에서 기우(최우식)는 아버지인 기택(송강호)에게 연기를 가르친다. 스크린 밖 현실을 고려하면 이 장면은 도발적이다. 올해 연기 활동 8년째에 접어든 최우식이 ‘국민 배우’라 불리는 28년 경력 송강호에 연기 지도라니. 계급 사회의 서늘함을 들춘 ‘기생충’은 ‘배우 계급’까지 뒤집어 희극적 반전을 준다.

연기하는 배우들은 어땠을까. 최우식은 진땀을 뺐다고 한다. 그는 28일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대본에 나온 그 장면을 보고 엄청나게 긴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쩔쩔매며 말을 이었다. “제 나이 또래 배우 누가 송강호 선배님에게 연기 지도를 할 수 있겠어요. 긴장됐는데 한편으론 재미있었어요. 영화에 나오지 않은 테이크(촬영 분)중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아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겠죠. 제겐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최우식의 말이 끝나자마자 봉준호 감독은 ‘폭로’라도 하듯 최우식에게 농담을 건넸다. “너 (최우식) 즐기지 않았어? 은근히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봉 감독의 말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송강호에 따르면 최우식이 송강호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장면을 찍을 때 제일 좋아한 건 주변 스태프들이었다.

배우 송강호가 28일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송강호가 28일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들에게도 ‘기생충’ 촬영은 각별했다. 기택의 아내 혜진으로 나온 장혜진은 “이렇게 큰 작품에 큰 역할을 맡아 긴 호흡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울컥했다. 감정이 벅차오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장혜진은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 여러 영화의 단역을 거쳐 ‘우리들’(2015)로 조명 받기 시작한 배우다. 스릴러 요소와 리얼리티 영화 성격을 동시에 띤 ‘기생충’만의 특성을 살리려 배우들도 애를 먹었다. 송강호는 “‘기생충’은 장르 영화라 낯선 요소들이 있었다”며 “리얼리티를 잘 전달하려 고민을 많이 했고 가족으로 엮인 배우들끼리의 앙상블로 자연스러움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받는 장면은 배우들에게도 인생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박사장 역을 연기한 이선균은 “한국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시상식을 보는데 연결이 종종 끊겨 더 긴장하면서 봤다”며 “수상 장면을 보고 내가 칸에 있는 것처럼 벅찼고 진정이 안 돼 맥주 캔 하나를 마시면서 간신히 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영화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생충’은 어떤 영화 

가족 구성원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명문대생 친구의 소개로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IT기업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다.

기우를 맞이하는 사람은 박 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 박 사장네 가족은 세련되고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하고 순진하다. 연교는 기택네 가족의 얼렁뚱땅 작전에 속아 넘어가고, 기우를 시작으로 기택네 가족은 차례차례 박 사장네 집에 침투하듯 스며든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된 한국 사회를 재료 삼아 신자유주의 계급사회를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박 사장네 저택과 기택네 반지하 방의 공간 대비, 저택의 다층 구조, 공간들을 연결하는 계단의 수직적 이미지 등 빼어난 미장센이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실어 나른다. ‘기생’은 못 가진 자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상징한다. ‘설국열차’(2013)로 계급사회 전복을 시도하고 ‘옥자’(2017)로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고발했던 봉 감독의 시선이 더 날카로워졌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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