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기후변화 이슈 내건 녹색당 약진, 트럼프는 기후변화 경고 무시 가속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미국과 유럽 간 ‘기후변화 공조’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럽에선 기후변화와 환경 이슈를 전면에 내건 ‘유럽녹색당’의 정치적 지분이 커진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 이후 삐걱대온 지구촌 차원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이 상당 기간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이슈에 있어 미국과 유럽의 최근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확인된 녹색당의 선전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대해 유럽 젊은 층이 갖고 있는 관심과 기대감의 결과”라며 “녹색당은 21세기 중반까지 배기가스 배출을 중단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자는 과학자들의 제안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색당의 약진으로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대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EU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6일 회원국 투표 종류 후 발표한 정치그룹별 잠정의석 수에 따르면 녹색당 계열은 지금보다 17석 늘어난 69석을 확보하게 됐다. 전체 의석의 1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성장률은 33%에 육박한다. EU의 맹주국인 독일에선 출구조사 결과 사회민주당(SPD)을 제치고 지지율 2위에 올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유럽 정치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야니크 자도 프랑스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유럽녹색당의 약진이 대중운동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소속 청소년들의 이른바 ‘기후 파업’은 이미 독일ㆍ스웨덴ㆍ오스트리아ㆍ덴마크ㆍ스위스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 등에서 핵심적인 사회적 의제가 됐다. 지난달 열흘 넘게 런던시내 전역을 뒤덮었던 ‘멸종 저항’ 시위 이후 세계 최초로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영국도 EU 탈퇴와 무관하게 기후변화 대책에 있어선 EU와 보조를 맞출 방침이다.
이에 비해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의 환경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외하려고 한다”면서 “그간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외면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과학자들의 경고를 아예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은 건 4년마다 발간되는 국가기후평가(NCA) 보고서다. 미 국립과학원 패널을 포함해 300여명의 과학자와 수십 명의 연방자문위원이 참여해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는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21세기 말 지구 온도가 5도 이상 상승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급격한 해수면 상승과 폭풍ㆍ가뭄, 식량위기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현실 조건이 반영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부하며 새로운 기후검토위원회를 설립해 대체 보고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계는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안전벨트나 에어백 없이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고, 필립 더피 우드홀리서치센터장도 “과학을 정치적 목적과 일치시키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