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함께 자위대원들에 연설도… 일각에선 “日 군비 증강에 힘 실어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해상자위대 소속 이즈모급 호위함을 시찰했다. 미국 대통령이 해상자위대 호위함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간 안보동맹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구상’을 추진, 중국의 해양진출과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해상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했다. 이후 해상자위대원과 미 해군 대원 500여명 앞에서 연설을 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이 함께 하는 격려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일동맹은 전례 없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또 승선한 호위함(가가)이 향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될 예정임을 밝히며 “지역 공공재로서 미일동맹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나루히토(德仁) 일왕을 만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환대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일본의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 추가 구매계획을 거론하며 “일본은 동맹국 중 가장 많은 F-35를 보유하게 된다”고 치켜 세웠다. 가가에 F-35B가 탑재되는 것을 거론하면서 “이 지역과 그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다양하고 복잡한 위협으로부터 방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F-35A 105대를 도입할 계획인 가운데, 이와 별개로 해상자위대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42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길이 248m, 폭 38m, 만재 배수량 2만7,000톤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를 갑판을 개조해 F-35B을 탑재하는 항공모함으로 운용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전력 비보유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 헌법 9조 2항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가가에 승선해 지역 방위를 언급한 것은 군비 증강에 힘을 쏟고 있는 아베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강습상륙함 ‘와스프’에 올라 미 해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힘에 의한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요코스카 기지를 거점으로 한 미 제7함대가 큰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며 최신 무기를 배치할 구상을 밝혔다. F-35B를 탑재한 와스프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미국의 메모리얼데이(한국의 현충일에 해당) 행사를 겸해 이뤄졌다. 이 행사를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3박 4일 방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용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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