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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미국서 개발하겠다”…코오롱생명과학 “다시 성분 분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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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미국서 개발하겠다”…코오롱생명과학 “다시 성분 분석하겠다”

입력
2019.05.28 16:52
수정
2019.05.28 18: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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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신약개발 자격 없어”… “산업 성장 계기 삼아야”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개발을 재개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코오롱티슈진은 “17년 전 신약개발 초기 단계 자료 중 당시 과학 수준에서 확인된 사항들이 현재 기준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해 임상시험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인보사 논란이 불거진 지 약 한달 만인 지난 3일 FDA는 인보사 임상시험을 중단한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진정한 사과 없이 미국 허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세운 데 대해 소비자들의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 이외엔 수익원이 없어 미국에서도 개발이 무산되면 회사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인보사 제조∙판매사이자 코오롱티슈진의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국내 허가 재도전 의사를 표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과적으로 당사의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회사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어 “식약처도 현재까지 인보사의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고 통증과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며 “성분 분석을 완벽하게 수행한 후 향후 절차에 대해 식약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시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입장문 말미에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마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코오롱 측의 설명과 달리 인보사 성분을 ‘고의로’ 속였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코오롱은 도덕성에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 대규모 금전적 손실도 예상된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3,707명의 손해배상 제기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외국과의 기술∙제품수출 계약 역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일본 출시를 위해 지난해 11월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와 6,7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뉴질랜드 등 20여개국과는 총 5,300억원 규모의 제품수출 계약을 체결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들 계약이 물거품되거나 국제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28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제약∙바이오업계는 “예상됐던 결과”라면서도 “전체 산업이 아닌 개별 회사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약개발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 확산이나 관련 규제 강화로 확대되는 걸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좋은 약을 만드는 게 업의 본질인 만큼 자료는 빠짐 없이 제출해야 한다”며 “기업이 허가에 유리한 자료만 취사선택한 건 애초에 신약개발 자격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보사 때문에 산업 전체가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연구개발 위주에서 제품화, 산업화 영역으로 넘어오느라 생긴 성장통”이라며 “업계는 함께 반성하며 의약품 질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정부는 신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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