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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vs 마크롱… 차기 EU집행위원장 선출 두고 ‘기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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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vs 마크롱… 차기 EU집행위원장 선출 두고 ‘기 싸움’

입력
2019.05.28 17:01
수정
2019.05.28 18:5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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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베를린에서 열린 ‘발칸 정상회의’ 도중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30일 베를린에서 열린 ‘발칸 정상회의’ 도중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의회 선거가 ‘중도 양대 정당의 약화’라는 결과를 낳은 가운데,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인선을 두고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도우파ㆍ중도좌파 정당이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자 그 여파가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회장 선출에까지 미치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초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으로 유력했던 인물은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대표 후보로 내세운 독일의 만프레트 베버 유럽의회 의원이었다. EU는 2014년부터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기록한 그룹의 대표 후보를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되도록 하는 ‘슈피첸칸디다텐(대표 후보)’ 제도를 시행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한 그룹이 바로 EPP(전체 751석 중 180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소속된 기민당(CDU)은 베버 의원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중도와 좌파 세력이 연대한 새로운 집권세력, 이른바 진보연대 구축을 논의했다. 프랑스 집권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a REM)’과 신생 중도세력 그룹 ‘자유민주동맹(ALDE)’은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의회의 새로운 힘의 균형은 당파적인 노선을 넘어 강력한 다수를 구성할 수 있는 집행위원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베버 의원이 아닌 다른 ‘대안 후보’를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이 같은 ‘반기’가 가능했던 건 중도우파ㆍ중도좌파 연합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EPP(180석)와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D) 그룹(145석)의 의석 수를 합해도 과반(376석)에 못 미치는 325석에 불과하다. 그 사이 ALDE(109석)와 녹색당그룹(69석)이 크게 약진했고, ALDE의 급부상을 이끈 프랑스가 ‘EU 내 헤게모니’를 노리고 독일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물론 독일은 반발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마르틴 젤마이르 EU 집행위 사무총장은 “주요 정치그룹들이 슈피첸칸디다텐 제도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CDU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도 “베버는 우리가 지지하는 유일한 EU 집행위원장 후보”라고 강조했다.

EU 회원국 수반과 EU 지도부는 28일 밤 차기 지도부 인선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의회 전문가인 캐서린 드 브리에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있어 자유주의 계열(ALDE)과 녹색당의 입김이 커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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